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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Feb 08. 2019

생생한 이야기로 여성 운동의 과거를 돌아보는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페미니스트: 닫힌 문을 열고>로부터

<페미니스트: 닫힌 문을 열고>(원제: 'Feminists: What Were They Thinking?') 1970년대 여성들의 인물 사진을 찍었던 사진작가 신시아 매캐덤스의 이야기를 비롯해 사진의 모델이 된 여성들이 오늘날 어떤 삶을 살고 있고 과거의 자신은 어땠는지 회고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인서트 컷과 인터뷰 위주로 구성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다. 미국에서 여성 운동이 활발했던 70년대와 현재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영화를 통해 엿보이는데, 이는 영화가 스스로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고스란히 마이크를 넘기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뤄진다. 기억할 만한 대목이 많았지만 오늘은 두 여성의 말을 적어두어야겠다. 고맙게도 이 영화가 극장이 아니라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덕분에 나는 두 사람의 말을 들을 때 문장 단위로 멈춰가며 메모를 할 수 있었다. "누군가 저한테 페미니스트냐고 물으면 꼭 떠보는 것 같아요. 친구들만 해도 그래요. 저희는 '페미니즘'이란 단어도 거의 안 쓰거든요. 그냥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거죠. '양성 평등을 위해 싸운다', '동일 임금을 위해 싸운다' 혹은 '더 많은 여성을 영화에 출연시키기 위해 싸운다' 이렇게는 말하지만 '페미니스트'란 말은 잘 안 해요. 생각해 보면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자유롭게 쓰는 친구들은 남자밖에 없어요. 그래야 멋져 보이니까요."라는 젊은 영화인의 이야기와, "그 누구라도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봐 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너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할 자격이 없단다."라는, 과거 어머니가 해준 말을 회상하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 '개인적인 것이 곧 정치적인 것'이라는, 출처가 생각나지 않는 또 다른 인용구를 떠올린다. 이 말은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에 대한 어느 평자의 글을 읽던 중에도 눈에 띄었다. (2019.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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