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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Mar 13. 2019

김애란 소설과 수산시장의 풍경

도화와 이수는 잘 지낼까

김애란 소설 『바깥은 여름』의 「건너편」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이십오만 원어치 돔 회를 먹으면서 "그냥 내 안에 있던 어떤 게 사라졌어. 그리고 그걸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 같아."라고 이수에게 말하던 도화의 이야기가 계속 맴돌았다. 공간에는 역사성이 깃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수산시장 건물이 새로 들어서고 나서 노량진에 온 건 처음인데, 소설의 대목을 떠올려서인지 몸은 낯설었지만 기분은 마치 와본 곳인 것처럼 느꼈다. 사실 김애란 소설의 그 대목을 떠올린 데에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는 게 아니라, 늘 영감을 주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방어 회에 소주와 맥주를 곁들이면서 편안한 밤을 보냈다. 다만, 내가 즐겁게 웃고 있는 동안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울고 있지 않을까. 세상은 늘 그렇지 않은가, 옆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지금을 블러 처리한 채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막연히 떠올리는 일. 집에 오는 길에는 인천행도 신창행도 없고 오직 구로행 지하철만 있었다. 한산한 지하철에서 내 대각선 맞은편의 누군가는 패딩 모자를 눌러쓴 채 코를 골고 있고, 건너편의 두 사람은 연인인 듯 보이지만 말없이 각자의 스마트폰에 몰두해 있다. 새해 첫 달의 느낌이란 늘 이런 종류의 것이었던 것 같다. 당신의 겨울은 안녕한가요. 외국어도 근육과 같아서 자꾸 쓰지 않으면 약해지는데, 마음 역시 비슷한 성질인 듯하다. 어떤 계절에는 몸처럼 마음도 움츠러든다. 이번 겨울은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란 생각을 한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럴 것 같다. 좀 더 영향력 있는 영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여기까지 적게 됐다. 근데 도화와 이수들은, 지금은 잘 지내고 있을까. (2019.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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