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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Jul 15. 2019

미래도, 다른 세계로의 열쇠도, 모두 아이들에게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도중의 기록


  루두스는 섹터 1에 있는 특별할 것 없는 행성이었다. 여기는 학교 외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어떤 건터도 구리 열쇠를 루두스에서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 역시 루두스에서 찾아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감추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던 셈이다. 하지만 왜 할리데이가 구리 열쇠를 여기에 숨기기로 했을까? 그건 아마도...

  학생이 구리 열쇠를 찾기를 바란 것이었다.


-어니스트 클라인,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전정순 옮김, 에이콘출판, 2015)


며칠 전 일기를 쓰면서 <기묘한 이야기>를 언급하고는, "어쩌면 내게 드라마 계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 될지도" 모른다 언급한 건 소설의 위 대목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은 물론 1980년대의 대중문화가 직, 간접적으로 다수 언급되며 현실 밖 어떤 세계와의 관계를 그려나간다는 점 등 많은 면에서 나름의 유사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


<기묘한 이야기>의 에피소드 전체를 완주하진 못했다. 아직도. 여전히 두 개의 시즌을 남겨둔 채다. 월초에 두 개의 클래스를 준비하느라 좋아하는 영화와 드라마에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하면 그건 단지 변명일까. (심지어 7월에 극장에서 본 첫 번째 영화는 <알라딘>이었고, 그 날짜는 7월 10일이었다.) 그러니 <기묘한 이야기>를 '시즌 1'만 보고 이야기하는 건 어쩌면 이야기를 꺼내다 마는 꼴이거나 '꺼내지다 만 이야기'를 하는 모양일지도 모르겠지만, 전 시즌을 모두 감상한 뒤로 후기나 감상 정리를 미룬다면 도저히 기약 없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어서. 짧게라도 적어두기로 했다.


표면적으로 <기묘한 이야기>의 첫 시즌은 '기묘하게' 사라진 '윌 바이어스'를 찾아 나서는 호킨스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던전 앤 드래곤'을 플레이하고 <엑스맨> 코믹스를 보는 마이클과 더스틴, 루카스를 보면서 (그렇다고 이들이 단지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흔한 10대라고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이들의 세계에는 나름의 엄격한 규칙과 자신들만의 우정 혹은 의리라 해볼 법한 끈끈한 관계도 있다.) 점점 '아이들이 주인공인 것'이 본 드라마의 중요한 의미가 있으리라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



  "이제 경에게 상을 내리겠소." 마법사는 귀에 익은 할리데이의 목소리로 말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울려 퍼졌다. 승리의 나팔과 경쾌한 현악기 연주가 들렸다. 내가 아는 음악이었다.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중 마지막 트랙, 바로 레아 공주가 루크 스카이워커와 한 솔로에게 메달을 수여하는(그리고 기억하겠지만 츄바카는 속아 넘어가는) 장면에 사용된 그 음악이었다.


-어니스트 클라인, 앞의 책에서



듀나가 『장르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에서 일부 지적한 것처럼 특정 장르 하나로 어떤 작품을 말하는 것이 어렵거나 혹은 별 의미가 없게 된 것이 아주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기묘한 이야기> 역시 사이언스 픽션과 호러를 기반으로 하지만 위노나 라이더가 연기한 윌의 어머니 조이스, 그리고 데이비드 하버가 연기한 경찰서장 짐을 비롯해 여러 인물들의 진한 드라마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정부의 비밀스러운 실험과 초자연적인(혹은 초현실적인) 괴수의 존재가 얽히며 <기묘한 이야기>는 깊은 몰입도를 선사한다.


아, 첫 시즌을 마칠 때쯤 불현듯 생각난, 첫 번째 에피소드의 단역 햄버거 가게 아저씨. 베니. 일레븐을 겉으로만이 아닌 진심으로 챙겨주고 보살피려 했던 그가 떠오른 건 이 드라마의 다음 시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이 모든 '기묘한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는 물론 절대 돌아갈 수 없겠지만, 다시 '던전 앤 드래곤'을 앞에 두고 몇 시간씩 큭큭거리는 그런 소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선한 사람들의 마음이 지켜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베니'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떠올렸다. (20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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