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벌새>의 그 왓챠 코멘트 생각을 떨칠 수 없어 여기서도 또 이야기하려니 이제는 좀 더 대화다운 대화를 꺼내고 싶지만, 어제 일기에 이어 '좋은 해석'에 관해 이야기하려다 보니 일단은 태도에 관해 말해보게 되고 자연히 그 코멘트를 상기하게 된다. 정답이 없다고 해서 '이 말도 맞고 그 말도 맞다'라는 결론만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화는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인 동시에, 상호가 갖고 있는 견해 사이에 있는 그 차이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를 찾는 과정이다. 이것은 설득이 아니므로 너무도 당연히, 서로의 관점을 관철시키는 싸움도 아니다. 그러나 필요한 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벌새>의 그 '0.5점짜리' 코멘트 작성자는 이미 '감독이 0.1% 금수저'라는 전제와 '대치동은 영화에서 그렇게 묘사하면 안 된다'는 전제를 확고한 디폴트로 놓고 있다. 본인의 견해에 반하는 코멘트를 삭제하는 일까지야 그럴 수 있다 해도, 그는 영화에 대한 나름의 주관을 갖고 있는 사람일지는 몰라도 좋은 해석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잘 쓰는 사람은 잘 읽는 사람이고, 잘 말하는 사람은 잘 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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