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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으로 가득한 세계로 인도하는 영화

영화 <애드 아스트라>(2019)로부터

by 김동진

영화 <애드 아스트라>(2019)를 보고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로이'의 독백을 잊기란 힘들다. 우주를 소재나 배경으로 한 영화가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란 대체로 뻔한 게 아니었나 생각할 무렵, '로이'가 하는 말들과 브래드 피트의 얼굴은 매 순간 그 '뻔함'을 깨는 종류의 것들이다. 우주는 반드시 인류가 개척해야 할 꿈의 공간인가? 태양계 혹은 태양계 바깥에 인류가 아닌 다른 생명체가 있는지 여부를 발견하는 일이 인류를 '위대하게' '진보'시키는가? 희망과 모험의 세계로 흔히 그려지는 우주를 <애드 아스트라>는 똑같이 묘사할 생각이 없다. 물론 달과 화성, 해왕성 등 주요 여정의 무대를 훌륭한 비주얼로 다뤄냈지만, 이 영화에서 오직 중요한 건 '로이'가 느껴왔고 계속해서 경험하고 있는 고독과 허무함이다. 제목이 뜻하는 'To The Stars'가 꼭 대단한 발견과 진보에 이르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끝없는 '없음'의 발견일지도.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의 '첫 SF'가 아니다. 테리 길리엄의 <12 몽키즈>(1995)가 있었으니까.)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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