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워 바디>(2018)로부터
배우 최희서의 주연작인 <아워 바디>(2018)는 여러모로 곱씹을 구석이 많은 작품이었다. "뛰면서 무슨 생각해?"라는 물음과, 이름을 불렀을 때 돌아보던 어떤 이의 모습이 영화의 잔상처럼 남는다. 단지 누군가를 탐닉하고 롤모델 삼는 일에서부터 단지 '어제도 뛰었으니까'(혹은 '늘 이 시간에 뛰었으니까') 오늘도 운동화 끈을 고쳐매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흐름은 거리와 종착지를 고수하지 않는 뜀걸음의 연속이다. <아워 바디>는 '나는 사람구실 하며 살고 있는가' 하는 확신 없는 물음을 품고 살아왔을 이들과, 타인들에게 '기 빨리는' 일상에 치인 이들을, 달리기의 육체성을 들여다보는 일부타 시작해 운동하는(곧, 생동하는) 몸의 활력 자체를 경험하는 일로 인도한다. 거기에는 꼭 목표나 성취가 있지만은 않다.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을 생각하며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저는 지금 달리고 있고, 달린다는 사실(감각)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9.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