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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책 너머의 언어와 거기 담긴 삶을 만나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로부터

by 김동진

동명 영화의 원작인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영화보다 훨씬 사유의 깊이 면에서 방대한 저작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우연히 시작된 여정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설 속에서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 드 프라두가 자신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를 통해 남긴 생각과 경험의 흔적들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돌아본다. 그는 리스본으로 떠나기 전에도, 거기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도, 리스본에 머무르면서도 계속 생각한다. 가령 "지나온 시간이 괴롭지 않은 사람도 돌아가려고 할까?", "모습을 전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떠나는 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길이었다." 같은 구절에서 자신의 여정이 향하는 방향을 생각하는 게 느껴진다. "이제 그는 천장까지 닿는 책장에 꽉 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혀 읽을 수 없었던 포르투갈 책들 앞에 서서 이 도시와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문장에서 고전문헌학을 전공한 그의 언어를 뛰어넘는 사색이 전해진다. 읽고 나서 곧장 한 번 더 읽어야만 하는 책이라고 감히 말해보겠다. (영화가 그렇다고 아주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2019.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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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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