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고 나면 영화가 더 못나 보이는 경우

영화와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사이

by 김동진

그러니까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그 자체로 '나쁘진 않았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소설에 비하면 여러모로 모자라거나 아쉬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과 달리 실존적, 철학적 화두보다는 거의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가 책 『언어의 연금술사』를 쓴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인생 스토리를 만나는 과정, 그리고 라이문트 자신의 리스본에서의 여정이 중심이 된다. 국내에서는 개봉 당시 '리스본행'에 초점을 두고 여행이라는 소재를 부각했는데, 의미 부여를 하자면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건 어느 날 만난 낯선 사람, 그 사람이 남긴 책 한 권에서 시작된 '우연한 여정'이다. 그러니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경제적 걱정이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 (자기 뜻과는 다른) 주변의 시선과 기대 속에 외롭게 살았던 프라두의 삶을 라이문트가 ('언어'를 통해) 헤아리는 과정 자체는 영화에서 대부분 생략된 것이다. 방대한 저작을 나름대로 대중적인 방향으로 각색한 것이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소설이 궁금해지고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 영화가 한참 못 미치는, 그런 아이러니가 생긴다. (2019.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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