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무궁화호 기차 안에서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영화 개봉을 앞두고 다시 꺼내 읽었다. 오늘의 문장. "할머니의 억양과 눈빛, 고개의 각도와 어깨의 높이, 내쉬고 들이쉬는 숨까지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최대한 표현하자면, '감히' 귀한 내 손자 것에 욕심을 내? 하는 느낌이었다. 남동생과 남동생의 몫은 소중하고 귀해서 아무나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되고, 김지영 씨는 그 '아무'보다도 못한 존재인 듯했다. 언니도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소설 속 김지영 씨가 겪는 일들, 여성이어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그 현실에는 수십 년, 혹은 더 오랜 기간을 뿌리 내려왔을 역사가 있다. 위의 이야기는 남아선호 사상에 바탕을 두지만, 김지영 씨가 경험하거나 전해 듣는 일들 모두는 곧 하나의 큰 물음으로 향한다. '이것이 과연 한 사람만의 일일까?' 르포처럼 쓰인 구성을 감안하더라도 수시로 개입된 통계적 서술은 굳이 넣지 않아도 이 이야기가 충분하게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퇴색시킬 만큼의 아쉬움은 아니다. 영화 개봉이 기다려진다. (2019.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