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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Nov 06. 2019

반복되는 이야기의 운명은
과연 어디에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2019) 리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2019)를 보고 감상이 개운하게 정리되지 않은 면이 있어 영화를 한 번 더 봤다. 2003년~2015년의 세 편의 '터미네이터' 영화보다는 그럭저럭 괜찮은 만듦새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전작이 시리즈의 걸작 <터미네이터 2>(1991)라는 점이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어디까지나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연출자가 아니므로 결국 이전 시리즈와 비교되는 건 이 영화의 운명과도 같겠다. 앞서 이메일 연재 글을 쓰면서 괜찮은 액션 영화지만 괜찮은 '터미네이터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라고 적었다. 다시 봐도 영화에 대한 만족도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정리하자면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3, 4, 5편보다 전반적인 구색은 발전했지만 동시에 3, 4, 5편이 걸었던 길을 거의 그대로 걷는다. 전작의 캐릭터들은 거의 상징적 들러리에 그치고 새로 등장한 배역은 그나마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를 제외하면 캐릭터의 개성 면에서도 활용 면에서도 큰 감흥은 주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2편을 계승한다기보다 거의 없던 이야기처럼 만들어버리는 전개는 타임 패러독스 자체를 분석하지 않더라도 1, 2편의 향수를 지닌 팬이라면 아쉽게 느낄 여지가 다분하다.


그럼에도 전작을 모두 인지한 상태로 보는 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얼굴은 매 장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데, 그래서 소기의 흥행은 기록해주길 바라는 기분으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상영관을 나섰다.


어떤 이야기는 80년이 넘게 이어져도 매번 만들어질 때마다 성공하고, 또 어떤 이야기는 전작이 굴레가 되어 새 영화 제작 소식에 '또...?' 하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같은 반복의 행위에도 어떤 이야기는 자신만의 방식과 가치관이 담기고, 또 어떤 이야기는 그저 얼굴만 바뀐 채 속은 기계적 반복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제작자이자 각본 원안에 참여한 제임스 카메론과, 연출자 팀 밀러는 각본의 여러 면에 있어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이 차이가, 앞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 북미에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2편보다도 저조한 2,900만 달러의 오프닝을 기록했다. 전보다 더 많은 제작사가 참여한 이번 작품의 운명이야말로 현재로서는 '다크 페이트'겠다. 현지에서 4편과 5편보다는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 6/10점.)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Terminator: Dark Fate, 2019), 팀 밀러 감독

2019년 10월 30일 국내 개봉, 128분, 15세 관람가.


출연: 맥켄지 데이비스, 나탈리아 레이즈, 린다 해밀턴, 아놀드 슈왈제네거, 가브리엘 루나 등.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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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영화 글쓰기 클래스 <써서 보는 영화> 11월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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