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서 읽는 영화]를 거쳐 [1인분 영화]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진행한 지 3월이면 꼭 1년이 된다. 주기가 돌아온다는 것은 생각하기 좋은 때라는 것을 뜻하기도 하겠다. 밤 열한 시까지 야근을 하고 나서 나머지 1시간 동안 원고를 완성해 보내거나, 이른 저녁 퇴근해 영화 한 편을 극장에서 보고 난 뒤 원고를 완성해 보내는 그런 일상.
그것을 일전에 언급했던 'N잡러'의 길에 다가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왔다. 다만 한편으로는 늘 새로운 영화를 소개하고 그것에 관해 충실히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린다. 마음만 먹으면 A4 2매 원고를 30분이면 쓸 수 있다. 하지만 빨리 쓰는 게 중요한가. 길게 쓰는 게 중요한가. 콘텐츠 제작자로서 충실한 원고를 쓰는 게 더 중요하다.
연재를 왜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실체 없는 불특정 다수보다 확실한 특정 소수의 독자다 필요하고 소중해서'라고 답했었다. 그건 사실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중요한 건 리액션보다는 피드백일 테니까.
어떤 때는 '커피값을 보태기 위해서'라고도 답했다. 그것도 사실이다. 글을 쓰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고에 대해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있다.
현재의 내 생활 패턴에서 연재가 있음으로 인한 단점은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평소 올리는 연재 외적인 글의 양과 빈도가 모두 줄어든다는 점이다. 연재를 한동안 쉴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3개월 구독을 신청해주신 분이 계시다. 이제는 단 한 명의 구독자가 남았을지라도 그 사람을 위해 약속을 지키는 글을 써야 한다. (202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