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해 줘

by 고요


관식 씨가 딸 금영이에게 엄마를 부탁하면서 한 말이다.

죽고 나면...

다정히 대해 줘 란 말도 아니고 다정해 줘 란 말.

쏙 와닿았다. 다정했다.

단어와의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 한 동안 이 말이 생각날 거 같다.


지난주 금요일

<폭싹 속았쑤다> 마지막 회를 보면서 결국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마지막 회가 끝날 무렵 12시 좀 못 되어 막내딸이 울면서 들어왔다.

깜짝 놀라

- 왜?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그때 폰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 시청하면서 왔구나

둘이 마주 보는 순간 멋쩍었는지

- 엄마는 남편도 없는데 왜 우냐?

- 참 나ㅎㅎ


그 주 교회 갔다 오는 길에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지나칠 뻔했으나

한 번은 가 봐야 되지 않겠냐는 말에 방향을 틀어 이천 산수유 마을로 들어섰다.

하필 축제 기간이어서 주차장도 붐비고 날은 또 갑자기 흐리더니 금방이라도

뭐라도 쏟아질 거 같고 주변 곳곳이 어수선했지만 왜일까? 왠지 설레었다.

주차를 하고 마을로 들어서자 눈이 막... 3월 끝자락에 함박눈이 막...

정신 못 차리게 막... (폭싹 속았쑤다 버전으로)

이상하고 이상한... 천지가 개벽할 거 같은... 그런 날씨 좋아한다.

90년대 초, 종로에서 근무할 때였다 대낮에 갑자기 컴컴해진 날이 있었다.

희한한 날이었고 무섭기도 했지만 들떴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성격파탄자라고 놀리기도 했다.


행사장을 지나 마을 위쪽으로 올라가니 정말 산수유 꽃이 수채화처럼 노랗게

노랗게 노랗게...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다행히 잠깐 내렸던 비도 그쳤다.

눈은 더 내려줬으면 했는데 아쉽게도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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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도 보고

비도 맞고

눈도 맞고

마음도 맞고

참으로 이상하고 이상하고 다정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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