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사진

by 고요


사진관에서 찍은 어릴 때 그 유일한 그 사진이다.

예닐곱 살 때였을까?

재작년인가 시골집 앨범에 있는 걸 갖고 왔는데 그마저도 구겨져서 상처가 생겼다.

보관상 부주의가 아니었나 싶다.

셋이 찍은 사진인 줄 알았는데 생각났을 때 기록해 두기 위해 다시 꺼내봤더니

옆에 오빠도 있었고 자른 흔적이 있었다.

동생한테 말했더니 오빠 둘이 있었단다.

기억은 안 나는데 그즈음 오빠와의 안 좋은 일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엄마와 동생>


동생한테 사진을 보냈더니
- 나도 시골집에서 봤어
- 너 손 좀 봐. 너무 귀엽지?
- 원피스를 입어서 나름 조심했던 기억이 나
- 그런 기억이 난다고? 난 저 때 기분이 별로 안 좋았던 거 같아.

- 왜?
- 너는 엄마가 안고 있고 오빠 둘도 의자에 앉아서 찍었는데 난 자리가 부족해서 옆에 서 있잖아.

그 때문이었는지 아님 너는 예쁜 원피스를 입었는데 나는... 둘 중 하나인지 둘 다인지

정확하진 않지만 어렴풋이 그랬던 거 같아. 너랑 얘기하니까 생각나. 갑자기 슬퍼지네.ㅎㅎ

- 미안하네...
- 네가 왜 미안해?ㅎㅎ


그랬다.
부모님은 막내를 각별히 예뻐하셨고 2남 3녀 중 넷째인 나는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알아서 컸다고 해도...

그 당시 큰 오빠가 시골에선 드물게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가끔 아버지는 서울 갈 일이
있었는데 항상 동생을 데리고 다니셨다.
동생은 부츠도 있었고 털신도 있었고 어린이대공원도 다녀왔다.

내가 서울에 처음 가 본 건 큰 오빠 졸업식 때였는데 어쩌면 그때부터 서울을 동경하지
않았나 싶다.

그 후에도 부모님은 참 무정하셨다.
서른을 갓 넘은 딸이 혼자 아이 셋 키우며 직장을 다녔어도 한 번도 다녀가신 적이 없다.
두어 번 오셔서 식사는 하신 거 같다.
그래도 그때는 서운하지 않았다.
내 일이었고 내 난관이었다. 누구한테 의지할 일이 아니었다.
한 번도 징징거리거나 도와달라고 말한 적도 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다 크고 내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과 부모님이 내게 하셨던 게
자연스럽게 비교되면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참 무정한 분이셨구나 알았다.
여러 예가 더 있지만 다 쏟아낸들 이로울 것도 없고...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근래에 엄마는 통화할 때마다
- 미안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몰랐을까? 인생을 왜 그렇게 살았을까?
미안하다고 말씀하신다. 지금에라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다.

나는 유별난 어린이 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청소를 비롯해 마당, 골목까지 다 쓸고 난 후 등교하였고
하교 후에도 똑 같이 집청소하고 마당 쓸고 골목까지 쓸었다.

우리 집보다 더 좋은 집에 살았던 친구가 우리 집에 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쓸고 닦았다.
좋아서 한 일이었다.

오래전에 우리 집 막내한테 다다다다 잔소리를 했더니

- 엄마는 그렇게 했어?

- 했어. 외할머니나 이모들한테 여쭤 봐.

얼마나 시원했던지!!!

친구들과 쑥 캐러 가면 갑절 더 캤고 이웃 아주머니들과 고사리 꺾으러 깊은 산중에도

따라다녔는데 수확물이 아주머니들과 비교해도 적지 않았다.

부지런했다. 천성이었던 거 같다.

나는 할머니를 사랑했고 할머니와 각별한 사이었다.
돌아가신 지 오래되셨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울컥해진다. 깊이 사랑한다.
동네 할머니들도 참 예뻐해 주셨는데 할머니들은 내가 미국사람 같다고 하셨다.
담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을 때 옆집 할머니들은 너도 나도
우리 연숙이 잘 봐 주소. 우리 연숙이 예뻐해 주소. 따라다니면서 말씀하셨다.

<가지 말라는 곳에는 가지 않았고 하지 말라는 일은 삼가였기에

언제나 나는 얌전하다고 칭찬받는 아이였지요~~> 그 노래가 들리면

꼭 나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떠올리니 더욱 나 같다.

부모님의 극심한 차별에도 내가 이렇게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란 건
모두 하나님의 은혜이다.


올해도 아이들 여행을 보내주려고 여행지 등 상의하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큰 딸은 7월까진 너무 바쁘다고 하고 아들은 제일 바쁜 시즌이라 맨날 야근이고

막내딸한테 맡기면 혼자 알아서 해 버릴까 봐 겁나서 말을 못 하겠고..ㅎ

아들 좀 한가해지면 다시 얘기해 봐야겠다.


덥다.

더위도 추위도 빨리 오는 터라 앞으로는 봄은 겨울부터 미리 즐기고

가을도 여름부터 미리 즐기면 어떨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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