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미 소리를 좋아한다.
자기 전에 들리는 매미 소리는 내겐 자장가인 셈이다.
이른 아침 지저귀는 새소리도 당연히 좋아하고 좋아하고 좋아한다.
며칠 전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매미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으니
방충계획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민원인 이야기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 뭐든 같은 마음일 수는 없으니까.
사무실 근처에도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 요즘엔 하루 종일
매미 소리를 들으면서 일한다.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이거 사 달라, 저거 사 달라...
어릴 때 유난히 요구사항이 많았던 막내가 떼쓰는 소리 같아
피식 웃음이 난다.
그때는 괴로웠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추억이다.
올해 내 키 만한 텃밭 농사는 완전히 망했다.
토마토 하나 열린 건 까치가 먹어버렸고
고추는 두 개 따서 먹었는데 겨우 하나 더 달려 있고
상추도 크는 둥 마는 둥...
작년엔 고추, 오이, 상추는 사 먹을 필요가 없었고 주변에 여러 번 나눠 주기도 했다.
옥수수도 몇 개 수확해서 식구가 하나씩 먹을 정도는 됐었다.
맨 땅에다 심은 탓인지, 종자가 시원찮았는지, 시기가 적절치 않았는지
좋아하기만 하고 잘 키우는 능력이 없어서 미안하다.
배추는 8월 말이나 9월 초 심는다고 하니 다 뽑아버리고 몇 포기 심을까 한다.
이런 일이 재미있다. 촌사람이 확실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사회 초년생 시절에 대 선배 윤희 언니가 한 말이 생각난다.
명절 때 고향을 다녀온 후였는데
- 연휴 때 뭐 했어?
- 촌에 다녀왔어요.
- 촌이란 말 듣기 좋네. 촌이란 말 잘 안 쓰던데?
늘 쓰던 말이어서 그 말이 그런가? 했었다.
너무 오랜 세월이라 연락은 끊어졌지만 언제 봐도 반가울 거 같다.
최 언니, 윤 언니, 박 언니... 한참 위였는데 다들 건강하신지...
오늘도
매미 이야기 하다가 텃밭 이야기 하다가 선배님들 이야기까지
현실에서 추억으로 갔다 왔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