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떠민 것도 아니다.
그가 계획을 세웠고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작년에도 그 땡볕에 두 번 다시는 이런 산행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만
그 기억이 희미해진 것이다.
아닌가? 좋아하는 마음이 크니까 무모해진 것일지도.
첫째 날, 무주에 도착해서 적상산 전망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천일폭포도 보고 안국사도 들렀다.
<폭포가 잘 보이진 않았지만 다듬어지지 않아서 나름 좋았다>
<형형색색 잘 꾸민 절보다는 오래된 느낌의 이런 모습을 좋아한다>
내려오는 길에 머루와인 동굴도 들렀다.
동굴이라 시원했고 특별하진 않았지만 익숙하지 않아서 좋았다.
하루 낮을 꽉 채우고 숲 속 숙소에 도착했다.
3박 펜션은 처음인데 제일 큰 장점은 안정감이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또한 좋았다.
둘째 날,
드디어 세 번째 덕유산 산행을 위해 각오 단단히 하고 출발했다.
주차장에서 백련사까지 구천동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오른 후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힘들었다. 정말 힘들었다.
더운 데다 습한 데다 간간히 비도 오고... 평소 물을 안 마시는데 얼린 물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산에서는 돈 빌려달라는 말보다 물 달라는 말이 더 무섭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보통은 오르고 내리다 보면 적어도 몇 팀은 만나게 되는데 오르는 내내 한 팀도 없었다.
우리가 미친 거지.
산행이 끝나면, 아니 끝나자마자 그 새 또 그 고생이 희미해진다.
저런 풍경을 직접 보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내년 여름에도 또 죽어라 오를 거 같다.
셋째 날,
꼭 들러보라는 중식당 천마루에 들러 유명하다는 갈비짬뽕을 늦은 아침으로 먹었다.
나는 뭐든 잘 먹는 편이고 그는 생각보다는 별로라고 했다.
식후 천천히 마이산으로 향했다.
그나마 여러 번 올랐던 산이라 그날은 탑사와 암마이봉 앞까지만 갔다.
그 길도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급할 것도 없고 천천히 걷고 올랐다.
3박을 하고 산청 가는 길에 거창 수승대 간판이 보여서 뭘까? 들렀다.
트레킹 코스가 있어 또 산행을 했네.
함양에 들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계서원과 그 옆 청계서원을 끝으로 여름휴가 공식 일정을 마쳤다.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인생도 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들어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면
닿지 않을 거 같은 바람들이 어느 순간 현실이 된다.
안 해도 될 고생을 굳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즐거움과 추억이 됐다.
난 성취 욕구가 크지 않은 사람인데 산은 그런 나를 욕심 내게 한다.
유일한 열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