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맞아 휴가도 극기훈련

by 고요

- 이 번 휴가는 해외로 갈까?

진즉에 그가 물어봤으나 시큰둥했다.

만사가 귀찮은 병도 한몫했다.

그래서 가게 된 국내 여행.

통영에서 시작해 거제도로, 부산으로, 창녕으로 3박 4일 일정이었다.

통영 간 고속도로를 타고 통영에 도착한 시간이 1시가 좀 넘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근처 동피랑 벽화마을을 구경했다.

글쎄, 남의 집 앞을 지나는 길이라 조심스럽기도 하고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본의 아니게 살금살금 걷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죄송하고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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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고 자랐던 읍내와 비슷한 분위기>


한 바퀴 돌고 통영과 미륵도를 연결한 동양 최초라는 해저터널도 다녀왔다.

땀이 줄줄 흘렀지만 열심히 걸었다.

늦은 점심으로 인해 저녁은 시장 입구에서 산 꿀빵으로 대신했다.

숙소가 생각보다 괜찮아 1박은 만족하게 보냈다.


2일 차,

주목적이었던 사량도 지리산 산행을 위해 배를 타고 한 시간가량 들어갔다.

산행은 수유도에서 시작해 지리산과 옥녀봉을 찍고 2시쯤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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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덥지근한 데다 다가 비도 간간이 내리고... 무슨 고생인가 싶었지만

또 언제 올까 싶기도 하고 그렇듯이 올랐으면 걸어야 하고 걷다 보면 정상에 닿게 되고

마침내 홀가분함과 마음이 샛털같이 가벼워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하산 후 선착장 근처 중국집에서 한참 늦은 점심으로 짬뽕과 밀면을 먹었다.

그는 짬뽕 국물이 희한하게 맛있다고 했다. 자꾸 생각나는 맛이라나?

그렇다고 해도 다시 가 볼 일이 있을까 싶다.

노곤했다.

배 시간이 한참 남아 있어 대합실엔 아무도 없었다.

구석으로 가 의자에 누웠다. 이게 가능하다고? 스스로 놀랐다.

시내로 나와 마지막 코스인 <바람의 언덕>을 산책하고 거제도로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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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에서의 1박은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꿉꿉해서 밤새 잠을 설쳤다.


3일 차,

와현선척장에서 해금강과 외도 보타니아 섬을 가기 위해 배를 탔다.

엊그제 태풍으로 인해 파도가 너무 높아 멀미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배 위에서 감상하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아 나는 꼼짝없이 앉아 있었다.

결국 해금강 마지막 관광코스까지 가기엔 힘들다는 방송과 함께 보타니아 섬으로 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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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바다를 봐서 그런지 감동이 덜했다. 사람 마음이란...

오후 늦게 해운대 도착해서 숙소에 들러 짐 풀고 동생네를 만나기 위해 광안리로

건너가 조개구이로 저녁을 함께 했다.

3일 차 숙소는 해운대 뷰도 잘 보이고 만족했다.

옛날에는 잘 몰랐는데 올해 유난해진 건 숙소였다.

다음엔 좀 더 신중히 살펴보고 예약해야겠다는 다짐도 처음으로 해 봤다.


4일 차,

계획대로 올라가는 길에 화양산 산행을 위해 창녕으로 출발했다.

그는 몇 년 전에 다녀왔고 거듭 말하기를

- 차가 거의 올라가. 조금만 올라가면 돼. 정상에 올라가면 네가 좋아하는 풍경이 나와

- 그래? 언제 또 오겠어요? 가요.

흔쾌히 동의한 후였다.

난 모든 일에 웬만하면 힘들다는 얘기는 잘 안 한다.

산도 그렇다.

시작하면 힘들어도 쉬지 않고 꾸역꾸역 오른다.

그러나 이 번에는 그동안의 여정에 좀 지치기도 했고

34도가 넘는 날씨 때문인지 숨이 턱턱 막혔다.

- 금방이라면서? 조금만 가면 된다면서?

나도 한 때는 철녀라는 말도 들었지만 그의 체력에 비하면...

그도 분명 힘들었을 텐데 내색을 안 하는 건지...

한 번씩 사람이 맞냐고 물어보곤 한다.

죽을 때에라도 진실을 말해 달라고 가끔 농담 삼아..ㅎ

언제나 그렇듯이 오르다 보면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

올라서 보니 그의 말대로 내가 좋아하는 딱 그 풍경이었다.

이걸 보여 주고 싶었구나.

산성길도 걸으면 좋았겠지만 땡볕에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제는 무턱대고 덤빌 나이는 아니지. 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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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산성이 보인다. 봄이나 가을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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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저장하는 집수지 라고 한다>


우리의 휴가는 대체로 관광과 산행이 함께 한다.

어느 해에는 산만 다닌 적도 있었고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오는 차 안에서

- 10월에 하루 연차 내서 한라산 다녀올까?

많은 산을 다녔고 큰 산은 다 다녀왔지만 아직 한라산은 못 갔다.

그는 물론 다녀왔다.

누가 떠미는 것도 아닌데 한 번은 가야 할 거 같은 내겐 숙제 같은 산이다.

- 그럴까? 체력 더 떨어지기 전에 다녀오면 좋긴 하겠는데. 그래요. 좋아요.

그는 벌써

- 배로 갈까? 비행기로 갈까?

-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했는데요?

- 얼른 준비해.ㅎㅎ

- 예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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