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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Mar 16. 2022

알아야 사랑한다


인간은 누군가의 이름을 알게  순간부터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이런 관계가 깊어지면 결국 우정과 사랑으로 발전한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존재를 인식하고 이해하면 마음이 움직인다. 우리가 무엇이든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인간 이외의 존재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인간 인식의 한계에 갇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최초의 카오스에서 빅뱅이 일어난  원소들은 응집과 팽창을 반복하다 인간이 지구라고 명명한 별을 탄생시킨다. 지금까지 지구의 나이는 46 년쯤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46억이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와닿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이 비유하면   구체적으로 느낄  있다. 만약 46억을 12시간,  시계가  바퀴 도는 시간이라고 가정한다면 인류가 처음 지구에 등장하는 시간은 11 59분이 훨씬 지난 때이다.


이렇게 인류의 역사는 지구 전체의 역사에 비하면 매우 미력한 ‘찰나'에 불과하다. 이런 진실을 인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마치 지구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인간은 절대자였다고 착각하며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지구도 제한된 자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가차 없이 자원을 낭비하고 파괴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보면 이러한 생각은 확신으로 바뀐다. 인류는 스스로 자신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 인류가 사라진 미래의 지구를 사는 어떤 문명화된 종이 있다면, 그들은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지독한 악영향을 끼친 종으로 호모 사피엔스를 지목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불행한 평가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인간은 지구에 존재하는 인간 이외의 존재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해야만 한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서 '알면 사랑한다'는 최재천 교수의 문장이 특히 마음에 닿았다. 서로 잘 알면 결국 사랑하게 된다니 정말 멋진 말이다. 침팬지, 돌고래, 개미, 꿀벌, 매미, 개구리, 거미 등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 몰랐던 동물의 행태를 알아갈수록 그러한 동물들이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인간이 동물의 행동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동물의 행동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면 관계는 발전한다. 관계는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인식 자체도 부정한다면 혼돈과 파괴만이 남는다. 서로를 독립적인 객체로 인정할 때 관계는 시작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가 발전하면 우정이 되고 사랑이 된다. ‘알면 사랑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러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몰이해는 공포로 이어져 갈등과 반목의 원인이 된다.


남녀 사이의 관계도 서로를 알아야 긍정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는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의 세포 속에 존재한다. 생명체가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근원적인 에너지를 만드는 중요한 기관으로 생명의 발전기라고 할 수 있다. 먼 과거 독립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며 생존했던 미토콘드리아는 동물의 세포 안에 기생하며 진화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유전자와는 별도로 자신만의 DNA를 가지고 있으며 난자(모계)를 통해서 다음 세대에 전달된다. 유성생식의 경우 세포의 핵 속의 DNA는 암수가 서로 반씩 제공하여 한 쌍을 만드는 데 비해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오로지 모계를 따라 세포질로만 전달된다. 이는 여성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역추적해야만 인류의 기원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현생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에서 시작됐다는 사실도 이를 통해 밝혀졌다. 성별 갈등이 심각한 요즘, 이러한 과학적 진실을 알고 있다면 '호주제'와 같은 쓸모없는 논쟁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 없이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데 온전히 힘을 쏟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돌고래가 다친 동료를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는 모습을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있다. 돌고래의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인 모습은 인간소외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주변에서 장애인 돕는 것을 귀찮아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연에 서식하는 동물은 아무런 보상도 없는 도움을 기꺼이 감내한다. 장애인의 날에만 그동안의 과오에 대해 속죄하듯이 반성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평소에도 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사회, 장애인의 날이 필요 없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돌고래를 알면 돌고래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인간 사이의 관계도 긍정적으로 발전한다. 알면 알수록 '알면 사랑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알아야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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