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식탁⟫•장대익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할 때, 주목할 만한 혁명을 기준으로 이전 시기가 이후 시기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은 혁명 자체의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유용할 뿐 아니라 당시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를 읽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진화론은 인류에게 하나의 혁명이었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으로 인류 지성사에서 이룩한 지대한 공헌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자연선택’이 진화의 주요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 2)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종이 진화하는 패턴을 '생명의 나무'로 설명했다는 점. 자연선택과 생명의 나무, 이 두 가지가 다윈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라고 말하는 장대익 교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진화론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가설이었다. 동시에 위험한 생각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종의 불변성과 인간의 우월성을 근간으로 한 당대의 주류 세계관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과학계는 또 한 번의 혁명을 맞이한다. 바로 DNA 발견이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 이중나선 구조'를 해명한 이래로 유전학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한다. 더욱이 세균에서부터 인간에게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특징을 공유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발견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기되어 나왔기 때문이라는 가설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다. 또한, 진화의 결정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종교적 가치는 차처 하더라도 (종교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진화론과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한 이 논쟁만으로 수많은 책과 논문이 나올 정도로 첨예한 상항이기 때문에) 진화론은 이제 부정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과학적 이론을 넘어 보편적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오히려 진화론이 영향력을 미치지 않은 분야를 찾기가 더 힘들다. 결국 우리는 이제 찰스 다윈의 탁월한 아이디를 모른 척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도 현실이다. 생명의 나무와 자연선택을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이 없을지 고민하며 이 책 저책 뒤적이다가 발견한 책이 ⟪다윈의 식탁⟫이었다. 기대처럼 쉽지만은 않았지만 정독할 가치는 충분했다.
이 책의 저자인 장대익 교수는 “과학은 논쟁이다.”라고 강조한다. 꿈이라는 형식을 빌려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윈의 후예들이 펼치는 치열한 논쟁 속에서 우리는 과학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과학은 논쟁의 결과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단순한 게임과는 다르다. 과학이 매력적인 이유는 항상 진실만을 말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떠한 과학적 명제도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태도에 과학의 진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의 추구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다원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후 이를 추종하거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수많은 지식인이 있었다. 당연하게도 진화론을 불온서적으로 여기며 극렬하게 비판한 지식인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고단한 여정을 거치고 나서 현재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보편타당한 진실이 되었다. 진화론을 반대하는 의견들은 그의 이론을 견고하게 다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논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장대익 교수는 이러한 긍정적인 논쟁의 효과가 진화론 내에서도 치열하게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설명한다. 다원의 후예들에게 진화론은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하는 불명의 진리가 아니었다. 논리의 허점과 가설과 일치하지 않는 사례를 찾는 것도 진화론자들의 역할이었다.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이 굴드로 대표되는 적응주의와 반적응주의 대립은 결국 진화론을 진화시켰다.
일반인들이 진화론과 관련된 논쟁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꿈이지만 식탁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다윈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가능한 일도 아닐뿐더러 이 책의 저술 목적은 진화론의 전부를 이해시키는 것에 있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진화론의 서론과 전체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원의 ⟪종의 기원⟫을 제대로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개론서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과학적 논쟁을 통해 진화론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면 이 책에서 소개된 진화론의 주요 저서들을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윈의 식탁⟫에는 진화론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저서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자연선택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네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합니다.
1. 모든 생명체는 실제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자손을 낳는다.
2. 같은 종에 속하는 개체들이라도 저마다 다른 형질을 가진다.
3. 특정 형질을 가진 개체가 다른 개체들에 비해 환경에 더 적합하다.
4. 그 형질 중 적어도 일부는 자손에게 전달된다.
▶︎ 자연선택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위한 전제 조건. 교과서에서 볼 때는 그렇게 싫었는데 스스로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렇게 신기한 게 또 없다.
키처 : 이거 죄송합니다. 그런데 유전자와 발생에 관해 토론하면서 이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되니 어쩌겠습니까? 그럼 아주 간단히 정리해 보죠. 유전자에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정보가 들어 있는데 이 정보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몇 단계의 편집 과정을 거치고 조절장치의 통제를 받으면서 전달됩니다. 끝!
▶︎ 유전자가 하는 일, 간단하게(?) 정리하기. 제대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접근법으로는 충분한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그림으로 배우는 에른스트 헤켈의 생물발생법칙도 진화와 발생을 연결시키는 그 당시의 이론이었습니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라는 말로 유명하지요.
▶︎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진화'라는 용어는 원래 다윈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영향력 있는 사상가이기도 했던 허버트 스펜서가 다윈의 이론을 소개하면서 유행시킨 용어였죠.
▶︎ 진화와 진보는 다른 것이다. 이와 같은 오해는 진화 과정에 어떤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온다. 그리고 진화의 종점에는 인간과 신이 있었다.
진화론 입문서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종의 기원⟫을 읽을 예정인 분
찰스 다윈의 아이디어가 궁금한 분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은 분
다윈의 식탁
저자 : 장대익
출판 : 바다출판사(2015, 1쇄 2014)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