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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Mar 22. 2024

우리 스웨덴 할아버지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배크만

1.

아이패드, 사브, 고양이, 건축….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긴 이야기다. 츤데레(무심한 척 챙겨줌) 끝판왕 스웨덴 할아버지의 자서전이자, 외로운 인생을 살던 스웨덴 남자의 자살 극복기다. 소설의 배경이 된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특유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그들만의 법칙이 있다. '얀테의 법칙'은 노르딕 국가에 흔히 알려진 일종의 행동 지침으로 평범함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나 개인적으로 야심을 품는 행동을 부적절하게 묘사한다.


얀테의 법칙

-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 남들을 비웃지 마라
- 누군가 당신을 걱정할거라 생각하지 마라
- 남들에게 뭐든 가르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라

이 불문율을 깨려는 자는 마을 공동체의 조화를 깨는 적으로 간주된다.


덴마크계 노르웨이인 한 작가가 쓴 풍자소설에서 묘사한 얀테의 법칙에서 유래했지만 실제로는 좀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개인주의와 사적인 성공에 몰두하기보다는 집단과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와 개인주의적인 사람들을 일제히 비판하는 태도로 노르딕 국가 사람들은 일상에서 쓸 정도로 널리 알려진 표현이다. 그래서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인물들을 비판하는 용도로 얀테의 법칙은 자주 등장하고, 노르딕 사회에서 얀테의 법칙은 상식으로 통한다. (위키백과)


안타깝게도 얀테의 법칙은 노르딕 사회의 높은 자살률과도 이어진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국엔 비슷하게 입고 비슷하게 생긴 차를 타며 집마다 비슷한 물건들을 놓고 살 게 된다. 일종의 사회적 관습을 키워주기 위해 학교에서 교육되기도 한다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노르딕 국가들의 균질하게 높고 평등한 삶의 방식에 대한 만족감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이제는 얀테의 법칙이 노르딕 사회를 규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사람도 여럿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그렇게 쉽게 부정되긴 어렵다는 평가가 더 높은 게 사실이다.


켜켜이 쌓인 역사는 사람의 성품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 노르딕 국가의 문화적 코드인 ‘얀테의 법칙’을 알게 되면, 스웨덴 할아버지가 열심히 자살을 시도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베라는 남자⟫는 자살만 등장하는 삭막하고 서늘한 책이 아니다. 훈훈한 이야기가 가득한 따뜻한 책이다.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던 당신에게 추천한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2.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 슬픔은 그리움보다 연한 색이다. 오히려 슬픔보다 아픈 것이 그리움이다. 슬픔은 세월과 함께 점점 희미해지지만 그리움은 세월이 흐를수록 커지기도 하니까.



세상 사람 모두가 그녀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사람들이 했던 얘기였다. 그녀는 선을 위해 싸웠다. 결코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을 위해 싸웠다. 그리고 오베는 그녀를 위해 싸웠다. 왜냐하면 그녀를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그가 이 세상에서 제대로 아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남자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처럼 행복한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어려움도 그녀를 위해선 감내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사랑이다.



“다른 집 아내들은 자기가 머리를 새로 한 걸 남편들이 못 알아본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잖아요. 제가 머리를 하니까 우리 남편은 내가 달라졌다고 며칠 동안 짜증을 내더라고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게 오베가 무엇보다 그리워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늘 같은 것. 오베는 사람들은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언제나 제 역할을 했다. 누구도 그에게서 그걸 빼앗아갈 수 없었다.


▶︎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헤겔은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이 유명한 문장을 완벽하게 개선한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희극으로.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 익숙한 것처럼 무서운 것도 없다. 습관의 긍정적인 영향력도 바로 익숙함에서 비롯되지만, 악영향도 그 익숙함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3.

몰래 챙겨주기 끝판왕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요즘 힘든 일이 많아 위로가 필요한 분

따뜻하고 진실한 소설을 찾고 있는 분

북유럽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


오베라는 남자

저자 : 프레드릭 배크만
번역 : 최민우
출판 : 다산책방(2023, 1쇄 2015)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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