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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것만 남는다

좋아요와 저장

by COS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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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린 지 한 시간이 지났다. 조회수는 네 자릿수를 넘겼고 하트는 실시간으로 치솟았다. 소위 말하는 ‘터진 글’이었다. 알림창에 빨간 불이 들어올 때마다 심장도 덩달아 뛰었다. 나는 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새로고침을 누르고, 숫자를 확인하고, 또 새로고침을 눌렀다. 댓글이 하나 달리면 더 들떴고, 답글을 달면 다시 숫자를 봤다. 기쁨이라기보다 긴장에 가까웠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보다, ‘또 눌렸다’는 속도에 내가 더 들떴다.


그런데 화면을 끄고 눕는 순간, 묘한 갈증이 밀려왔다. 분명 배부른데 속이 비었다. 솜사탕을 한 움큼 삼킨 듯 달콤했지만 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나는 다시 폰을 켰다. 숫자는 820, 830, 841… 계속 올라갔다. 그런데 그 숫자가 더는 나를 위로하지 못한다는 걸 직감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읽었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솟았다. 스크롤하다 손가락이 닿았을 수도 있고, 아는 사이라 의무감에 눌렀을 수도 있다. 솔직히 나도 남의 글을 그렇게 누른 적이 많다. 남의 좋아요는 가볍게 소비하면서, 내 좋아요만 의미 있길 바라는 마음. 그 모순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날 새벽 3시까지 알림을 들여다봤다. 병이다, 병.)


좋아요는 만족을 주지 않는다. 올라가면 잠깐 괜찮아졌다가 곧바로 다음 숫자를 찾는다. 행복이 아니라 갈망이 남는다. 그래서 숫자가 늘어도 배가 고프다. “더 많이”를 얻어도 “더 더”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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