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준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도와줄 수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으니 도와줄 수 있고, 어느 정도 예상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도움'을 다루는 방식입니다. 살면서 인간이 도움을 다루는 방식은 직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합니다. 돈을 빌려줄 수 도 있고, 위험한 일을 대신해 줄 수도 있고, 같이 노래를 불러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곁에 머물러 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신영복 선생의 말씀처럼 같이 비를 맞아 주는 것도 도움입니다.
즉, '타인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와 '그 도움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타인을 대하는 존중, 다른 말로 하자면 태도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은 중요합니다. 이건 단순한 격식을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우리의 관계에 대한 헌사입니다. 아무런 고민 없이 주는 도움은 일종의 모욕일 수 있습니다. 그런 도움을 받아도 화가 나는 이유를 도와주는 척하는 태도 때문입니다.
세상에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의 미래를 쉽게 단념하지 않습니다. 다만 좀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리고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쉽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오만한 자기기만도 없습니다. 진정한 도움은 도움을 주고받는 두 객체의 관계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식이 있어야 관계도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도울 수 있는 신뢰도 쌓을 수 있습니다. 같이 비를 맞는다는 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뜻도 됩니다.
요즘 들어 문제의 해결이 도움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공감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대답에 집중하고 궁금해하는 태도가 어떤 좋은 질문보다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태도가 더 공감적이고 치유적입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곧 공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