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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 Jan 28. 2022

순수가 될 수 없다면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1.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대표작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소련과 미국은 냉전체제로 접어든다. 이로 인한 갈등구조는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보수화로 이어진다. 억압과 차별이 팽배했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샐린저의 파격적인 작품은 젊은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 대학생이라면 이 책을 들고 다녔다는 '샐린저 현상'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현한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과격한 말투, 반항적인 태도,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은 지겨울 정도로 답답한 삶을 살던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홀든은 미국 동부에 있는 펜시 고등학교를 다닌다.


그의 아버지는 변호사이고 형은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작가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금수저 집안 출신이지만 성적 부진으로 학교에서 퇴학까지 당한 상황이다. 자신이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와 밤을 보내고 온 룸메이트 때문에 홀든은 기분이 몹시 나쁘다. 결국 싸움 끝에 뉴욕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일탈의 시작은 이렇게 우발적으로 시작됐다. 일탈의 3일 동안 주인공인 홀든은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콜필드에게 일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까지는 자신의 혼란스러운 미래를 걱정하는 한 청년의 마지막 일탈에 관한 이야기로 보인다. 한편 방황하던 우리의 홀든은 존경했던 앤톨리니 선생님의 숙소를 방문해 충고를 듣는다.


그럴듯한 말이지만 선생님이라는 가식 뒤에는 추악한 욕정이 숨어있었다. 어려운 어휘와 복잡한 논리를 사용한다고 훌륭한 말이 아니다. 마지막 이해하냐는 질문은 스스로에게 던져보길 바란다. 홀든은 자신의 미래를 단념한 적이 없다. 다만 좀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의 고민을 가장 진정성 있게 들어준 사람은 우습게도 가장 어린 여동생 피비였다.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이다. 홀든은 동생 피비 덕분에 어떠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그런데 그 깨달음이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책에 나온 표현을 따르자면 그저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한다.


사실 거창해 보이는 이 꿈도 우연히 들은 노래의 가사를 따라한 것뿐이다. 자신의 꿈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까?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솔직히 그런 삶은 지겨울 정도로 재미없는 인생이다. 그리고 그런 인생은 아마 완벽한 삶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다. 홀든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홀든의 '순수한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주변은 가식과 속물로 가득 차 있다. 있지도 않은 폴로 경기 사진으로 명문고인 척하는 학교, 숙제는 친구에게 넘기고 여자를 만나러 가는 룸메이트, 꼰대처럼 훈계만 내뱉는 선생, 고민 상담하러 온 제자를 성추행하려는 선생 그리고 호텔과 술집도 마찬가지다.




모두 토할 정도로 싫은 것들이다. 반면에 사랑하는 동생 피비와 앨리, 우연히 만난 수녀님들, 예전에 사귀었던 제인은 홀든의 순수한 마음을 지지해 주는 것 같다. 파수꾼이 되고 싶다는 주인공의 희망을 응원해 줄 것 같다.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흥미롭게도 주인공인 홀든의 행동은 마음처럼 순수하지 못하다. 퇴학도 4번째다. 술과 담배는 기본이며,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뻔뻔하게 할 수 있다.


순수를 동경하지만 순수한 인간을 될 수 없고, 가식을 혐오하지만 정작 행동은 속물 그 자체다. 이렇게 보면 ⟪호밀밭의 파수꾼⟫은 순수와 가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도 홀든이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칭찬한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순수에 대한 동경'임을 알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파수꾼이 된다는 것도 꿈이 아니라 현재 홀든의 모습이다. 순수를 동경하지만 그것이 될 수 없으니, 차라리 순수를 지키는 사람이 된다? 그동안 홀든의 행태를 보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선택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세상의 순수성을 지키고 싶은 홀든은 미성년자이면서 기성세대를 흉내 낸다.


하지만 어른들을 흉내는 과정에서 세상의 허위와 가식을 경험하게 되고, 기성세대의 삶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파수꾼이 된다는 홀든은 피비 같은 어린이들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기존과 다른 세상을 만들고 싶은 젊은 세대의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홀든이 어른들의 충고를 듣고 도리어 반항심만 커지게 된 이유는 학교 안이나 학교 밖 모두 허위와 가식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런 속물들이 가득한 세상에 대한 책임에서 기성세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기성세대가 과연 젊은이들에게 충고할 자격이 있는지를 저자인 샐린저는 이 작품을 통해 묻고 있다.


홀든이 어른들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것처럼 젊은 세대는 가식적인 기성세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사실 기성세대의 감추고 싶은 부분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홀든의 소망은 좌절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리고 퇴원 후 그가 갈 곳은 학교밖에 없어 보인다. 이것은 당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생각을 어떻게 여겼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홀든의 꿈은 교화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리고 창의적인 후배보다 말 잘 듣는 후배가 편한 법이다. 하지만 반대가 없다면 발전도 없다. 이런 사회는 결코 건강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저자인 샐린저는 기성세대의 충고를 따르기보다는 젊은 세대만의 창조적인 생각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을 홀든의 좌절을 통해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2.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네가 그런 경우에 속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찾을 수 없다고 그냥 생각해 버리는 거야. 그러고는 단념하지. 실제로 찾으려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그냥 단념해 버리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니?


▶︎ 홀든 콜필드는 자신의 미래를 단념한 적이 없다. 다만 좀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의 고민을 가장 진정성 있게 들어준 사람은 우습게도 가장 어린 여동생 피비였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비를 같이 맞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엔토리니 선생과의 대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 중 그나마 가장 어른스러운 인물이다. 물론 동생 피비가 제일 어른스러웠지만



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꼬마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를 들어보았다. 「호밀 밭에 들어오는 사람을 잡는다면」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 ‘호밀밭에 들어오는 사람을 잡는다면...



그리고 일요일인데도 문을 여는 레코드 가게가 있는지 둘러보고 싶었다. 피비에게 사다 줄 <리틀 셜리 빈즈>의 음반을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건 구하기 힘든 음반이었다. 앞니가 두 개 빠진 게 부끄러워서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어린 소녀에 대한 노래가 담긴 음반이었다. 펜시에 있을 때 그 곡을 들은 적이 있었다. 위층에 살고 있던 녀석이 그 음반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 사려고 애썼던 적이 있다. 왜냐하면 피비가 너무나도 좋아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리틀 셜리 빈즈>의 음악을 태어나서 처음 들어봤다. 그녀의 음악이 이 책이랑 너무 어울린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건 정말이다.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다.


3.

미국 문학의 결정판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청년 시절이 그리운 분

고민에 빠지신 분

자녀와 같이 읽을 책이 필요한 분


호밀밭의 파수꾼

저자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번역 : 정영목
출판 : 민음사(2023, 1쇄 2001)

지식/정보 : ★☆☆☆☆
감동/의미 : ★★★☆☆
재미/흥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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