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름다움

by COSMO


2016년 작고한 고 신영복 교수는 『강의』에서 동양의 사상과 철학은 ‘관계론’의 시선으로 읽고 감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가 양산하는 물질의 낭비와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한 것이다. 그가 처음 연구한 학문은 경제학이었다. 경제학의 결정체인 자본주의는 서양에서 시작됐으며 그것의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제국주의다. 하지만 자본주의 폐단의 해결책은 역설적이게도 서양 제국주의의 착취와 침략의 대상이었던 동양의 철학과 사상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름다움에 관한 고찰로 넘어간다. '알다+음=알음'이 '아름'으로 바뀌어서 '아름다움'이 됐다. 이렇게 아름다움의 어원은 ‘알다’, ‘앎’이다. 잘 아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뭔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움의 반대말은 추함이 아니라 ‘모름다움’이라는 것이 신영복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아름답다'는 말이 '앎'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아름답다. 다시 말해 모르는 것을 배우는 이유가 아름답기 위해서라는 말이 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하나 더 추가된다. 아름답기 위해서!


영어 단어를 하얀 백지가 빽빽한 깜지가 될 때까지 밤새 외운 이유는 시험에서 90점을 넘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금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애인을 알고 싶어 같이 밥을 먹고, 장문의 메시지를 남기고, 길게 통화하고, 예쁜 길을 함께 걸었던 이유는 연애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알고 싶어 같이 목욕탕을 가고, 주도를 가르쳐 주고, 먼 여행지를 같이 갔던 이유는 단지 아들을 사랑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신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다음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