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쟝 공원(香江公园)

비밀의 화원_ Might I Have A Bit Of Earth?

by 유과장


향기 나는 강의 공원, 샹쟝 공원. 아주 작은 입구와 현판이 있어서 그 앞을 수없이 지나다니며 늘 궁금했지만 들어가 보지 않은지 2년쯤 되었을까, 오늘 드디어 이 공원을 거닐어보았다. 공원 입구에는 운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말하기 애매한 아르헨티나 레스토랑이 있다. 위치도 좋고 건물도 예쁜데 담쟁이덩굴로 뒤덮여서 관리를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잘 판단이 서질 않는다. 어떨 때는 문이 열려 있고, 어떨 때는 닫혀 있다. 그런데 공원 안에도 아르헨티나 식당이라고 간판이 붙어있는 1층짜리 예쁜 건물이 있는데, 거긴 굳게 닫혀 있다. 이 공원과 아르헨티나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알 수 없는 입구를 지나면 배드민턴정도 치기 딱 좋은 작은 공터가 있고 농구 골대도 있다. 공터에서 할머니 세 분이 기체조를 하고 계셨다. 공터를 지나면 관리가 잘 되지 않은 작은 길들이 이어져있고, 분명히 지도상으로는 파란 호수였는데 호수가 풀로 뒤덮여 습지가 되어있었다. 벤치였던 곳에는 풀이 무성히 자라서 사람대신 풀벌레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컨테이너 건물들이 있었는데 담장을 높이 쳐놔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근처 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중국 공원과 한국 공원의 가장 큰 차이는 폐쇄성인데, 중국 공원은 입구와 출구가 명확하게 지정되어 있고, 입구가 아닌 곳에는 높은 담장을 두르고 철조망까지 한번 더 둘러서 지정된 곳이 아니면 드나들 수 없게 되어있다. 이 공원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바깥과 분리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문득 어릴 때 읽었던 비밀의 화원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어린이를 위한 책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당시 어린이를 위한 많은 책들의 주인공은 고아들이었다. 올리버 트위스트, 비밀의 화원의 메리, 톰 소여, 빨간 머리 앤 모두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설 속 고아 친구들이 나에게 묘한 위안이 되었다. 비밀의 화원은 그중에서도 수십 번 읽었던 책이었는데, 어릴 때 내가 상상했던 비밀의 화원이 이런 곳이었던 것 같다. 30년 넘게 잊고 있었던 그 책이 문득 떠오른 걸 보면 아마도 이 샹쟝 공원은 내 머릿속 어딘가에 그려두었던 비밀의 화원과 많이 닮은 것이 분명하다.


소공녀의 작가가 쓴 동화 ‘비밀의 화원’은 메리의 부모님이 인도에서 콜레라로 죽고, 메리가 고아가 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영국의 고모부 댁으로 보내지는데, 메리는 제멋대로 다니다가 버려진 비밀의 화원을 발견한다. 그 비밀의 화원은 고모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자 고모부가 화원을 폐쇄한 것인데, 메리가 우연히 입구를 발견하고 그 화원에 이런저런 꽃을 가꾸면서 메리도 화원도 밝고 아름다워진다는 그런 내용이다. 동화 속 어른들이 죄다 죽은 걸 보면, 그 당시 사람들은 참 많이도 허무하게 죽었나 보다. 동화 속에서 메리는 고모부에게 “땅을 조금 가질 수 있을까요?”라는 부탁을 하고 화원을 받아낸다. 아마도 그 시절에 땅을 갖는다는 표현은, 아이가 귀한 먹을 것이나 장난감이 아닌 하찮은 땅 따위를 달라고 부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묘사하는 글이었을 것 같은데, 오늘 다시 읽어보니 매우 선경지명이 뛰어난 아이였던 것 같다. 버려진 땅이라도 좋으니 베이징에 땅을 조금 가질 수 있을까요?라고 부탁을 해보고 싶은 어른이 되었다.


공원의 끝에는 서양인들이 모여 사는 비싼 주택단지와 맞닿아 있는데 주택단지의 나무와 길은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원을 걷다가 비싼 주택가에 혹시라도 발을 들일까 봐 무시무시한 철조망으로 결계를 쳐두고 절대로 갈 수 없게 막아 두었다. 주택단지 쪽 호수에는 관리가 잘 되어 연꽃잎 하나가 사자 얼굴만큼이나 커서 부자들의 위엄이 느껴졌다. 풀이 무성한 공원과는 다르게 주택단지의 호수 쪽에는 나룻배에 두 명의 인부가 타서 호수의 수초를 제거하며 조경을 가꾸고 있었다.


Might I Have A Bit Of Earth?

굳이 지구를 갖지 않아도 잠시 걸을 수 있는 공원이 있어 다행이다. 베이징에서 어린 시절 상상했던 비밀의 화원을 실제로 만난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조금은 관리가 덜 되어 음산한 느낌도 있었지만, 반짝이는 중국 부잣집 대저택과 맞닿아 있는, 담장 높이 꽁꽁 숨겨둔, 풀이 무성한 공원을 만난 덕분에 잊고 살았던 동화가 떠오르는 날이다.



-------------------

지도에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는 공원이다. WAB 국제학교 입구와 거의 맞닿아있다. 입구 길 건너 맞은편에는 조양구의 교통범칙금을 받는 공안파출소가 있다.(범칙금만 받는 파출소가 존재한다!) 공원 철조망을 넘어서 샹장공원빌라(고급 주택단지)가 보이지만 들어갈 수 없다.

요약하자면 근처에 아무것도 없다.

10분 정도 걸어서 국제학교 앞까지 가면 피자집 일식집이 있어 그럭저럭 한 끼 먹을만하다.

keyword
이전 03화짱푸 공원(将府公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