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득공원 사이드파크 다 되는걸로 하자. 화를 내기엔 봄이 너무 짧다.
토요일 오전에 미국에서 새로 온 작은아이 친구와 리두에 있는 사덕공원 놀이터에서 만나 아이들끼리 놀았다. 미국인인 친구 엄마는 사덕공원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이드 파크]라고 읽었다. 중국어 표기법으로 사덕공원은 [sìde Gōngyuán] 쓰더공윈엔 정도인데, 중국인이 아니라면 사이드파크로 읽기 딱 좋다.
외국에서 살아가든 아니든, 살다 보면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가까이는 내 가족에서부터 멀리로는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들까지 많은 오해가 생기고, 어떤 것은 풀고 지나가고, 어떤 것은 영원히 풀지 않고 봉인된 오해를 마음 구석 아주 깊은 곳에 묻어둔 채 살아가기도 한다.
사덕공원을 처음 찾았던 올해 봄에도 그랬다. 여태껏 사덕공원 옆의 리두공원을 사덕공원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는데, 함께 밥을 먹으러 갔던 동네 언니가 사덕공원이 여기라고 친히 알려주었다. 올해 봄에 나는 이런저런 화를 좀 갖고 있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몇 가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꽤 오랫동안 화를 내고 있었는데, 그날도 사덕공원을 걸으며 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상대방이 얼마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내 옆에 걷고 있던 동네 언니에게 내 감정을 쏟아내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런데 언니가 모든 말을 다 들어주고 한마디 했다.
“여기 꽃 좀 봐봐, 너무 아름답잖아. 그만 화내고 이 꽃 좀 봐.”
사덕공원 봄의 하이라이트는 아카시아나무 앞에 있는 벤치에 있다. 아카시아를 껌으로 배운 나에게는 나무에서 껌냄새가 나는 게 참 신기하다. 그 벤치에 앉아서 참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꽃냄새를 맡았다. 바람이 불면 하얀 아카시아 꽃이 흩날리기도 하는데, 화를 내기엔 너무 짧은 봄이다. 아카시아꽃 말고도 화려한 분홍 꽃들이 많았는데 한참 화를 내고 있었던 그날의 감정의 기억은 잊힌 지 오래이고, 그만 화내라고 하는 분홍 꽃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화를 내기엔 봄이 너무 짧다.
그리고 봄만큼 짧은 가을, 다시 사덕공원을 찾았다. 사덕공원의 가을은 가을대로 또 아름답다. 어린이놀이터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큰 나무 아래서 김밥을 먹으며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라 한국어도 쓰고 영어도 쓰는데, 어째 잘 못하는 영어로 생기는 오해보다 한국어로 생기는 오해가 더 많다. 나도 마찬가지로 영어로 서툴게 소통하는 외국인들보다 한국인들 사이에 오해가 더 많이 생긴다. 국어를 모르는 건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치면 가장 큰 오해를 쌓아두는 건 역시 가족이다. 쓰레기를 굳이 식탁 위에 올려두는 건 나를 무시해서 그런 걸까, 같은 오해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또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매일 왜 물건을 이렇게 아무 데나 놓는 건지 무한히 의심한다.
오해하지 말고, 화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 노력해 보기를 결심해 본 곳, 사덕공원. 사덕공원은 Side Park가 아니다. Side에 있는 곳이 아니다. 한인타운 왕징이 있다면 일본인들은 리두지역에 많이들 모여 사는데, 리두의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이 사덕공원이다. 무려 네 가지나 얻을 수 있는 공원이다. 봄에 보았던 아기오리들이 이제 모두 제법 커서 어른 오리 떼가 되어 호수를 돌아다녔다. 거위랑 백조도 있고 물에 떠다니는 새는 종류별로 다 있다. 베이징덕 요리보다 호수에서 살아 움직이는 귀여운 베이징오리가 나는 더 좋다.
그리고 4월의 어느 날, 집에 오는 길에 깨달았다. 나를 화나게 한 사람에게 화를 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사덕공원을 걸으며 내 이야기를 들어준 그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는구나. 고마운 이에게 고마워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봄날의 꽃을 통해 배웠다. 지난 토요일 김밥에 과일에 간식을 잔뜩 들고 나와 함께 한번 더 가을의 사덕공원을 걸어준, 베이징에서 만난 언니에게 한번 더 고마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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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조양구에서 일식 제일 잘하는 곳도 이 근처에 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제일 좋은 (+비싼) 한식집도 사득공원 바로 옆에 있다. 서양식 동양식 나라별로 맛집이 즐비한 곳이다. 공원 안에 어린이놀이터가 있고, 유료 놀이시설과 음료수 아이스크림 정도를 파는 매점도 있다. 탁구장과 풋살장도 있고 낮은 동산도 있어서 동산에 올라 호수를 보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
글을 올리고나서 공원이름이 한자로 읽으면 사덕이 아닌 사득공원임을 알게되었다. 나 말고도 많이들 사덕이라 부르더라. 德 아니고 duck 아니고 얻을 得. 다들 문맹이라 제멋대로 부르고 또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다시보니 Side park도 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