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푸 공원(将府公园)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인연

by 유과장


베이징에서 마음먹고 공원 도장 깨기를 시작한 것은 올해 2월쯤부터였다. 한인타운인 왕징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공원을 뛰면서 운동도 좀 해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걷지 않고 뛰는데 6개월이나 걸렸다.) 베이징에 공원은 많지만 정보를 찾을 수가 없어서 지도를 펴놓고 초록색은 공원이고 파란색은 호수려니 하며 집 근처의 공원부터 별 순서 없이 도장 깨기를 했고, 그러던 4월 중순쯤 짱푸공원을 만났다. 그리고 그 공원에는 보랏빛 이월란 (二月兰)이라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너무도 아름답고 향기로운 그 꽃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어서 안 되는 중국어로 번역기를 돌려가며 그렇게 '이월란'이라는 꽃이름을 찾아냈다. 이월란이 공원 구석쯤에 혼자 피어있었다면 이름 모를 꽃 내지는 보라색 꽃 풀 정도로 인식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꽃이 어마어마하게 모여서 큰 공원을 가득 채우니 공원에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꽃향기가 향수공장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섬유유연제를 쏟아놓은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조악한 표현으로밖에 향을 묘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고 부끄러울 뿐이다. 그리고 그 꽃의 이름이 참 알고 싶었다. 음력 2월부터 피기 시작해서 이월란이라고 한다. 내가 간 4월 중순이 꽃이 만개한 피크였던 것 같다. 공원을 가득 채운 향기가 참 좋아 그 이후로도 꽃이 지기 전에 가족들을 데리고 한번 더 갔지만, 그날만큼의 꽃향기는 나지 않았다.


우연히 너무 좋은 공원을 만났다. 이월란이 지기 전에 딱 그날 그 공원에 가게 되어 참 좋았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되는 인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와 함께 공원도장 깨기를 함께 해준 공원지기(知己) 벗님도 베이징에서 우연히 만났다. 우연히 베이징으로 왔고,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우연히 마음을 나누며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말처럼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 되는 것이다.


짱푸공원에 처음 온 이후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종종 이 공원으로 데리고 왔다. 가족을 데리고 몇 번 더 이 공원에 왔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도 딸 친구들과 함께 짱푸공원을 찾았다. 봄에 보았던 공원을 가을에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힘 빠진 모기가 좀 귀찮기는 했지만 공원의 나무들이 뜨거웠던 여름동안 1센티미터라도 더 컸을 거라 믿으며, 나도 아이들도 더 큰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베이징 공원의 나무는 참 크다. 한국에서 이렇게 큰 나무를 본 적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울보다 베이징의 햇빛이 좀 더 강렬한 것도 있고, 나무가 커서 조망권을 가리니 자르라는 민원 따위 받아주지 않는 정부의 배짱도 있고, 무엇보다 공원이 어마어마하게 커서 더 큰 나무를 품을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큰 나무들 아래에서 걸으며 내 마음도 조금 더 커질지도 모른다. 공원이 너무 커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투덜거리는 아이들 마음에도 공원을 꽉 채운 초록 그림자가 그리 싫지는 않았을 것이다.


짱푸공원 입구에 있는 커피숍에서 오랜만에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시고, 집에서 싸간 김밥, 컵라면에 과일까지 한가득 챙겨 공원 안에 있는 놀이터에서 네 시간을 놀았다. 나는 호수에 노니는 오리도 좀 보고, 철길을 따라 공원을 좀 더 걷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놀이터를 떠날 생각을 도무지 하지 않았다. 스티로폼 비행기를 가져갔는데, 집에서 멀리 날지 않던 비행기도 공원에서는 바람을 타고 아주 멀리 잘 날아갔다. 배드민턴을 잘 못 치던 우리 집 둘째 딸도 공원서 한 시간 넘게 연습을 하더니 배드민턴 랠리를 열 번도 넘게 해냈다.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사춘기 첫째 딸도 꼬마야 꼬마야 줄넘기를 하느라 연신 점프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인생의 좋은 것들은 이렇게 우연히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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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공원이고, 공원 구석구석 탁구장 농구장 축구장 골프연습장까지 다 있다. 커피숍이 있는 몇 안 되는 공원 중 하나이다. 공원 끝까지 걷다 보면 무려 식당과 카페가 모여있는 타운이 있다. 비싸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호수가 두 개나 있다. 호수 주변으로 자전거 인라인을 탈 수 있는 트랙이 있다. 지금은 물길 공사를 하느라 안 하고 있지만, 카약을 탈 수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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