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위난후 꽁위엔_호수 없는 호수공원
찐위난후 꽁위엔, 줄여서 난후 공원. 호수를 뜻하는 호(湖)자가 들어있지만 호수는 없다.
나는 매주 이 난후 공원에 간다. 작은 사연이 있다. 베이징 한인타운인 왕징에 한국인들이 모여사는 3대 아파트가 있다면 대서양, 화딩, 보성화팅 정도일 것이다. 그 중 대서양 아파트가 제일 큰데, 이 대서양 아파트 상가 내에 복싱학원이 있었다. 해외에 살고있는 우리들에게는 어떤 운동을 하고 싶은지 선택의 여지가 많지는 않다. 대충 내가 사는 곳 가까운 곳에 학원이 있다면 최대한 그걸 배우는 것으로 고려해야 한다. 큰 딸래미 친구가 대서양에 사는데, 그 복싱학원에 다니면서 100회권(중국은 학원을 횟수당 돈을 내는데 많이 끊을수록 싸다.)을 끊었다. 그리고 그 복싱학원이 갑자기 멀리 이사를 갔다. 환불은 당연히 안되기 때문에, 우리집 큰딸과 큰딸 친구는 함께 멀어진 복싱학원에 다니며 하루라도 빨리 횟수권을 써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자면, 중국 기준으로 학원이 이사간 곳이 먼 것은 아니다. 대서양에서 차로 5분거리. 난후공원 옆에 있는 이름모를 아파트 안에 있는 복싱학원으로,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매주 이곳까지 다닌다. 이 또한 주재원 와이프가 해야 할 일중에 하나인데, 학원셔틀이라는 개념은 한국에나 있는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학원에 넣어주고, 밖에서 기다렸다가 데려오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난후 공원을 만났다.
난후 공원은 내가 다닌 조양구의 공원 중에 가장 중국 로컬에 가까운 곳이다. 베이징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고싶다면 이 공원을 추천하고 싶다. 공원 근처에 아파트들이 있다 보니 동네사람들이 자주 오는 공원인 것 같다. 정문 입구로 들어서면 그 광경이 뜨악스러운데, 지루박인지 뭔지 끈적한 노래가 나오고 빨간색 까만색 원피스에 구두까지 차려 입은 아주머니들과 멋쟁이 옷을 차려입은 느끼한 아저씨들이 서로 눈치게임을 하며 대낮에 공원 한복판에서 춤판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색안경은 끼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이, 광장무가 익숙한 중국에서 한번쯤 세련된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밝은 태양 아래 공원 한복판이니 섣부른 상상은 하지 말고, 그럴수도 있지 하며 지나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구를 지나면 주로 아주머니들로만 이루어진 여러 광장무 그룹이 있는데, 특히 주말 오전에는 다양한 테마의 광장무 그룹이 있어 볼만 하다.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인만큼, 춤도 의상도 민족마다 조금씩 다를텐데, 춤을 모르는 내가 보아도 각각 다른 테마의 의상과 노래로 춤을 추고 있는 광장무 그룹을 여럿 만날 수 있다. 한번은 너무 궁금해서 중국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광장무 그룹이 나오기 때문에, 언제든지 원한다면 나도 구석 뒷줄에 서서 춤을 따라하면 된다고 했다. 광장무에 대한 열정으로 매주 스피커를 이고지고 나오는 광장무 그룹의 리더들이 참 대단해 보인다.
공원에는 광장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섹소폰이나 이름모를 중국악기, 오보에 등등 취미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악기들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력이 완성되기 전에는 학원밖을 나올 수 없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공원은 모두에게 열리고 허용된 곳이다. 노래방 기기를 가져와 여럿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할아버지는 건반을 치고 할머니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뭐 실력은 다들 고만고만하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정말 재미있는 것 중에 하나는 광장무와 악기들의 실력이 공원에 따라 레벨이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난후 공원은 동네 공원이기 때문에 누구든 다 포용할 수 있는 마을공원의 레벨이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 주관적인 느낌이다.)
공원에서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취미에 몰두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들은 태극권 같은 무술을 혼자 연마하는 것인지, 모기에게 뜯기고 있는 것인지 암튼 이름모를 수련을 하는 할아버지도 있다. 또 여러 할아버지들은 자전거 공원쪽의 테이블에 모여 앉아 장기판 하나에 열댓 명씩 모여서 훈수를 두기도 하고, 담배연기로 모기를 쫒으며 장기에 열중한다. 중국 기준 동네 작은 공원이지만 한국 기준으로는 꽤 큰 공원인데,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는 나무가 무성한 공원이고 끝으로 가면 동산이 있어서 올라갈 수 있다. 그 동산에서 보는 하늘이 꽤나 볼만 하다. 그리고 그 동산 끝에는 규모가 제법 큰 실내테니스 코트가 있고, 테니스코트 너머로는 아이들 풋살장이 여러 개 있어서 중국 아이들이 주말에 축구수업을 한다. 왼편으로는 자전거나 인라인을 탈 수 있는 반듯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스케이트 파크라고 하는 인라인이나 스케이트 보드, 자전거가 묘기를 부릴 수 있는 구조물이 꽤나 크게 있다. 주말이면 여기서 체육교실이 열리는데, 아마도 공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체육업체가 있는 것도 같다. 지난 주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중국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줄넘기를 열심히 시키는 것을 보고, 나는 복싱학원에 돈을 내고 이걸 시키는데, 중국 학부모들은 이렇게 공원에 데리고 나와서 운동을 시키는구나_라며 작은 반성을 했다.
내가 가본 공원 중에 가장 중국스러운 공원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난후공원을 꼽을 것 같다. 베이징 사람들의 생활이 묻어있는 공원이고, 그 모습이 한국인인 우리에게 낯설 수는 있으나, 이 또한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리고 학원이 아닌 공원에서, 내가 아는 것을 공유하고, 함께 연습하며 작은 공동체를 꾸려가는 것은 참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아이들을 복싱학원에 넣어놓고, 나 또한 난후 공원을 뱅뱅 돌면서 가끔은 중국어를 웅얼거리며 중국어 공부도 하고, 음악앱을 틀어놓고 노래도 부르며 매주 걷는다.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 베이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이러한 것들이다. 왠 외국인이 노래앱을 틀어놓고 혼자 노래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공간, 갑자기 춤을 추거나 말도 안되는 악기를 연주하거나 소림사 자세로 15분을 가만히 서있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곳. 난후공원에서 매주 나는 자유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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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아파트에서 불과 걸어서 15분, 차로 5분이다. 한인타운에 마치 경계를 그어놓은 듯 그곳을 벗어나면 큰일날까 싶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건강챙기며 운동하고 수다떨며 웃는 모습은 우리와 똑같다. 자전거와 인라인을 허용해주는 공원 중 한곳이다.(중국에는 자전거와 인라인을 금지하는 공원이 많다.) 물과 음료를 파는 자판기는 있지만 가까이에 매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