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A급. 나의 등급은 어디쯤인가?
베이징에서 어디부터 가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 중국정부가 친히 나눠 놓은 관광등급을 참고하면 된다. 5A가 가장 높고 그다음 4A이다. 베이징에 약 8개 정도의 5A 관광지가 있고, 이곳은 국경절 연휴기간 동안 미어터진다고 생각하면 정답이다. 입장료도 싸지 않다. 반대로 사람 많은 게 싫은 사람은 5A를 피하면 된다.
베이징 안에만 4A 관광지도 수십 곳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이 차오양공원이다. 차오양공원은 솔라나 쇼핑몰을 비롯하여 관광 코스 중 한 곳이라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차오양공원 근처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사는 편이고 한국인 중에도 이 근처에 사시는 분들이 있어 베이징에 산다면 1년에 몇 번은 들르게 되는 곳이다. 뉴욕에 Central Park, 런던에 Hyde Park가 있다면 베이징은 차오양공원이다.
4A를 받은 공원답게 일단 크다. 공원만으로 여의도 전체와 비슷한 크기이다. 주로 쇼핑몰 쪽 주차장이 익숙하여 그쪽에 주차를 하고 공원을 보게 되는데 그렇게 보는 공원은 정말 일부에 불과하다. 끝없이 걸을 수 있고, 여차하면 길을 잃어버리기 쉬우니 내가 어느 길로 왔었는지 잘 기억해야 한다. 주로 평일 오전에 가다 보니 사람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사람이 많더라도 주로 쇼핑몰 근처에만 사람이 많으니 한적한 산책길을 원한다면 좀 더 공원 안쪽으로 걸어보면 된다. 걷다 보면, 방금 봤던 곳과 다른 공간이 또 나온다. 베이징에는 강이 없지만, 통저우에서부터 끌어온 운하의 물길을 예쁘게도 만들어 놓았다. 이 정도로 오래 흘렀으면 이제는 강이라고 불러도 되나 싶다. 인공호수가 한 개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다. 유람선도 있고 오리배도 있고 나룻배도 있고 호수마다 다 다른 배가 있으니 종류별로 가격대별로 골라보면 된다. 풍경도 각각 다르고 너무 커서 한 번에 볼 수 없으니 여러 번 가서 봐야 한다. 갈 때마다 이벤트를 하는데 지금 시즌에는 라부부 테마로 체험관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차오양공원 어떤가요?라고 물으면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어렵다. 갈 때마다 안가 본 곳으로 쪼개서 걸어보고 오는데 갈 때마다 풍경이 다르다. 한 번은 진짜로 길을 잃어버려서 주차장을 한 시간 넘게 찾은 적이 있다. 나무 건너 나무라서 헷갈린다. 아이들이 놀기 좋게 꾸며놓은 곳도 있고, 생태공원처럼 새와 호수, 갈대숲을 꾸며놓은 곳도 있고, 돗자리를 펼 수 있게 넓은 광장으로 해둔 곳도 있는데 연 날리는 아저씨들이 인상적이었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찰랑찰랑 넘칠 것 같았던 날도 있었고, 겨울에는 물이 얼어 스케이트 시설로 꾸며놓은 적도 있다. 무료인 공원인데 제법 예산을 들이는 곳이다. 4A의 위엄을 가진 곳이라고 해야 하나…
관광지, 문화재, 공원, 심지어 놀이공원까지도 등급이 매겨진다는 것이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정보가 통제된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등급으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도 편리한 면이 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평등해야 한다고 배웠으나, 베이징에서는 베이징호적을 가진 사람들은 입시와 취업 복지 모든 면에서 편의를 봐주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인다. 배달원들은 노란색 또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데, 내 눈에는 하나의 계급처럼 보인다. 관광지도 A가 몇 개냐에 따라서 예산이 다를 것이고, 등급 높은 공원일수록 공들여서 예쁘게 꾸며놓은 흔적이 보인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이맘때쯤 되면 학교에서 수학과 영어를 반을 나누어 수업을 한다. 반은 한 7개쯤 되는 것 같다. 국제학교로서는 불가피하다. 한국수학 중국수학 미국수학 진도가 다 달라서 나이는 같아도 아이들의 수학실력은 천차만별이다. 이 아이들을 같은 교실에 놓고 수업을 했다가는 6년 내내 구구단만 외워야 할 수도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원어민도 있고, 방금 와서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친구도 있고, 적당히 읽고 쓰는 아이들도 있어서 반을 나눠서 수업하는 것은 아이들을 위해 불가피하고, 아이들도 알고 엄마들도 안다. 점수로 반을 나눴다는 것을. 그런데 학교는 굳이 끝까지 말을 해주지 않는다.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서 반을 나눴다고 주장한다. 빨리 배우고 싶어 하는 친구, 천천히 혼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 도형을 좋아하는 아이, 더하기를 좋아하는 아이… 학교에서 그렇게 여러 구실을 대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1 등반, 2 등반, 3 등반…
공원에도 등급이 있다. 아이들만 등급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의 등급은 안녕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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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나 공원뷰 음식점은 한국인인 나에게도 비싸서 놀랄 수준이다.
안쪽에 잘 찾아보면 적당한 가격의 음식점도 많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