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는 존재들
모처럼 돌아온 휴일이었다. 하지만 친구들을 만나러 서귀포로 어디로 휴일을 다 보내버리고
다시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식당을 개업하고 한 달여 동안 시간이 마치 반년은 흘러간 느낌이었고
수많은 생각들이 파도치고 있었다. 마치 고행을 하듯 이런저런 시도들을 매일 부엌에서 해내다가는 , 마음속으로 아니야.. 이건 아니 지를 매일 되뇌는 자신이 불안하기까지 한 번뇌 말이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지금 나의 기운은 너무 흩어져 있고
그나마 남은 것은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달려 나가고 있다는 걸.
'더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 일주일에 하루 휴일, 더구나 도와주는 한아가 오지 않고 혼자 손님을 치르는 3일의 시간이 길어지면
더 자신감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나의 구심점에 다시 들어가지 않으면 궤도를 벗어난 떠돌이 행성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깊이 각성해 들어가기 시작할 때~
그때 그녀가 왔다.
오랜 독일 유학생활을 거치고 돌아와 예술가로서의 고독과 싸우며 살아가는 큰 여자 사람.
설치 미술가 김주연 선생님.
며칠을 같이 놀았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흩어진 나의 에너지를 다시 모아가고 있었다.
그건 마치 법고를 울리는 것과 같다. 새벽 해인사 법고 두드리는 소리. 사자후.
고독한 시간에 성숙된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말이지.
선생님이 돌아가고 난 후 더 빨리 중심으로 침잠해 가기 시작했다.
그래 잘 가고 있어. 이렇게 내려가서 나의 행성 구심에 닿아라.
휴일도 월, 화 이틀로 정했다. 천천히 해.. 스스로 주문을 외우며,
수요일 아침에 문득 , 잠시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를 흙길을 달리는데 본넷 위에 며칠 전 주은 오래된 놋수저가 길을 향하고 있다.
"그래 지상에 밥숟가락 하나야. 그 숟가락 하나 맡으면 돼."
갑자기 모든 생각이 끊어지며 정돈이 되는 것이다. ㅎㅎㅎㅎㅎㅎ 웃었다. 혼자//
햇빛이 불러 저절로 바닷가 바위 위에 드러누웠다. 등과 가슴이 이완되어 편. 안. 하다
문득 돌아보니 가방과 양말과 운동화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이미 마음이 가벼웠구나.
이런 아침 산책도 제주에서는 한 시간 이면 다 마칠 수 있어. 참 행복한 일이다.
집에 돌아와 제일 처음 한 일은 들깨가루와 보리 개역 가루를 맛 본 일이었다.
이것 또한 행성의 중심에 대한 일이다.
정말 잘 키워져서 잘 거둔
곡식의 맛이 위대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머니. 같은 그녀로부터 소포가 도착했다.. 벌써 두 번째.
참 세심하고 깊은 속내의 사람.
아주 즐겁게 잘 입고 있어요.
선생님, 여름에 오세요. 보름밤에 아름 다운 바다를 접신할 준비하시고요.
좋은 해변 봐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