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맛집 2026 고양하프마라톤 후기
D-DAY.
마라톤 대회 아침.
러너는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새벽같이 일어나 첫차를 타고 이러고 있나.”
잠은 설쳤고
밖은 아직 어둡다.
그래도 우리는 대회장으로 간다.
대회장에 도착해
수천 명의 러너 사이에 섞이는 순간,
몸 어딘가에서
조금씩 설렘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묘한 긴장감.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고양감.
나는 곧바로 물품보관을 끝내고 몸을 풀었다.
짧은 질주를 몇 차례 하니
추운 날씨임에도 몸에서 열이 올라왔다.
오 이거 상쾌한데?
그렇게 질주를 한번 더 하던 찰나.
앞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천천히 뛰고 있었다면
옆으로 슥 피했을 텐데,
전력질주 중이라
피할 시간도 없이 그대로 들이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디 하나 안 다친 게 다행이다.
그렇게 한차례 사고(?)를 치르고
다시 몸을 풀고
출발지점으로 향했다.
출발선 앞에 서니
어느 대회와 같이 관계자들의 축사가 이어진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들은
어디선가 한자리하고 있는 VIP 들.
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다.
러너들의 마음은 하나다.
“얼른 뛰게 해 주세요.”
가끔 셀럽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멘소래담 홍보모델인 추성훈 형님이 와 있었다.
영하의 날씨라 그런지
추성훈 형님도 꽤 추워 보였다.
나는 추위를 대비해
은박담요를 챙겨갔다.
이게 생각보다 정말 요긴했다.
체온을 잡아주는데 효과가 좋아
우비만 써봤던 사람들에게는 강력 추천하고 싶다.
A조가 출발하고
잠시 후
B조 출발 신호가 울렸다.
척척척척.
수많은 발소리가 동시에 울리며
러너들이 앞으로 쏟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고양 하프마라톤은 두 번째라
대략적인 코스가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다.
초반에는 지하차도 몇 개와 업힐.
10km를 지나면 긴 반환점.
생각보다 까다롭지는 않은 코스다.
주변 러너들과 속도를 맞추며
1km를 지나갔다.
발이 꽤 가볍다.
이게 카본화의 힘인가?
(메타스피드 엣지 도쿄 최고…)
시계를 보니
평균 페이스 4:52.
어라?
왜 안 힘들지?
그대로 한번 밀어 보기로 했다.
업다운이 있든 없든
반환점이 있든 없든
랩 페이스가
4:55를 넘지 않도록
거의 기계적으로 밀어붙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업힐이나 반환점 구간에서는
조금 페이스를 늦추고
다른 구간에서 만회하는 방식으로 달렸다면
체력 안배에 더 좋았을 것 같다.
7km에서 에너지젤 하나.
15km에서 하나.
하지만 보급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에너지젤은
힘이 떨어진 뒤가 아니라
떨어지기 전에 먹어야 한다.
다음 대회에서는
전날 에너지 충전도 더 신경 쓰고
보급 타이밍도 조금 더
촘촘하게 잡아볼 생각이다.
16km.
이때부터
하프마라톤의 진짜 레이스가 시작된다.
다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페이스는 조금씩 떨어진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조금만 걸을까?”
하지만
결승점에서 기다리는 형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냥
계속 달렸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록을 확인했다.
평균 페이스 4:58.
1시간 44분 57초.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았다.
16km 이후의
그 마지막 5km.
러닝은 항상 그렇다.
조금만 더 준비했으면.
조금만 더 버텼으면.
조금만 더 잘 뛰었으면.
그래서 우리는
또 다음 대회를 신청한다.
아마 다음 대회 아침에도
똑같은 생각을 하겠지.
(여담)
이번 고양하프마라톤의 1위의 영광은
모두 일본에서 온 마스터즈 선수들이 가져갔다.
역시 마라톤 강국 일본.
2026 고양하프마라톤 순위
타시로 카와노(1시간 8분 56초) 1위
나치키토미(1시간 19분 23초) 1위
아키바 나오토(32분 25초) 1위
아리주카 마이(36분 22초) 1위
동마 나가시는분들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