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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Feb 07. 2024

1914년 9월 1일

고정되지 않은 분열선에 있는 자크


1914년 9월 1일

사랑하는 아내에게,

  급하게 몇 자 적소. 우리는 곧 이곳을 떠나야 되기 때문이오. 우리 연대는 지금 <고정되지 않은 분열선>으로 떠나오. 그 말은 매 순간 전황이 바뀌며, 매력적인 점령 위치를 빼앗긴 상대가 반대 진영 점령지에 깃발을 꽂으러 돌격한다는 것이오. 매일이 이동이오. 밤 8시에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아침 5시에서 6시 사이에 출발해야 하오.  

 운이 좋게도 오늘은 하루종일 씻고 요리할 시간을 가지고, 휴식을 취했소. 그러다가 독일군의 집중포격을 목격했소. 다행히 우리가 프로이센 미사일의 표적은 아니었소.

 지휘관인 데트레는 우리 막내, 앙드레의 친구가 확실하오. 그도 앙드레같은 종류의 사람이오. 이런 쾌적한 날씨에도 반드시 실내에서 저녁식사를 해야 하는 그런 사람말이요. 결국 불행히도 그제 열병에 걸려, 며칠 동안 우리와 함께 행군할 수 없을 것 같소.

 나로 말하자면, 열이 나지도 피곤하지도 않소. 당신에게 편지를 받았음을 알리는 게 무척 기쁘오. 당신 편지를 읽을 때면, 당신이 마치 내게로 와서 함께 있는 것 같소. 당신이 잘 지내는 것을 아는 것이 내게 있어 최고의 격려오.

 우리 처제, 마들렌에게 우울함에서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니, 나도 진심을 다해 격려하며 마음만은 함께 하겠다고 전해주오.

 짚단 위로 누울 시간이라 이만 편지를 마치오. 아직 6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난밤 우리는 새벽 2시에 출발했기에 이르게 잠자리에 들려하오. 오늘은 아마도 고요한 저녁이 될 거요.

 나를 대신해서 장모님과 처제들 그리고 모든 고마운 이들에게 내 사랑을 전해주오.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열정적으로 껴안아주며,

당신의 자크



1914년 9월 2일

내 사랑하는 아내,

  감히 프랑스의 패배를 말하는 겁쟁이들에 대한 견해는 당신이 옳소. 그들은 우리가 마땅히 해야 될 일을 실행하는 용기도 없으며, 타인의 용기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이들에게 당신이 분노하는 것을 이해하오. 그들이 유일하게 가진 그 두려움 뒤에 숨어 입도 뻥긋해서는 안되오. 그 입으로 주변인의 사기만은 떨어뜨리지 말아야 되지 않겠소. 처가 식구들이 있는 오스트르보스크에는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소.


 내 사랑, 우리 군은 상황상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소. 우리는 초반에는 계속 후퇴해야 했소. 왜냐면 독일의 징집이 우리보다 앞섰기 때문이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더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오.

 우리 군은 지금 내가 있는 곳을 6일째 점령하고 있었소. 그런데 7일째 되던 날, 맙소사! 우리 연대에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소. 나는 가엾은 데트레가 사망했다고 알려야 하오. 지휘관이자 앙드레의 친구였던 그는 전지에 기관총을 넣다가 사망했소. 나는 그의 죽음에 가슴이 너무 아프오. 내 동생의 친구이기 이전에 꽤 멋진 친구인 데다가 용기 있는 지휘관이었기 때문이오.

 우리는 모든 죽음을 되갚아주고 우리 영토에서 적을 쫓아야 하오. 현재 이게 우리의 단 한 가지 목표요. 내 삶의 운명은 선한 주님과 성모 마리아의 보호아래 맡기고 싶소. 내 사람들이 신의 보호에 놓여있길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을 수 있길 바라오. 죽은 이보다 다친 이들은 훨씬 많고, 부상자는 여기서는 심각하게 여기 지도 않소.

 잊지 말고 사랑하는 동서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전해주시오. 지금 제일 힘든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조차 없는 것이오. 특히 쟝 형님과 그 가족들 소식을 듣지 못한 지가 너무 오래됐소. 알게 되면 그 소식도 전해주시오. 나는 종종 우리가 태풍 속에 흩어진 운 나쁜 새떼와 같다는 생각을 하오. 우리 모두가 예전처럼 다시 함께 모일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오. 그래도 아직은 우리의 행운에 대해 감사해도 좋은 것 같소. 할 수 있는 데로 말이오.

 나는 잘 지내고, 삶의 고단함에도 행복하게 감내하고 있소.

 내 모든 힘을 다해 내 모든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만큼 당신을 꼭 안아주며,

당신의 자크



@La Première Guerre mondiale, John Keegan. Édition initiale 2003. Collection Tempus, janvier 2014


1914년 8월 17일 빗금으로 표현된 최초 방어선을 돌파당한 프랑스군은

1914년 9월 5일까지 점선지대로 밀려난다.

이후, 빈막대기로 표시된 구역에서는 프랑스군이 굵은 막대로 표시된 지역은 영국군이 수비하며 다시 경계선을 그린다.


*정황상 자크는 뵈르됭(verdun)에서 이어지는 뫼즈(meuse) 강 유역 경계선 어딘가에 있을 거라 예상된다.



출처: https://www.reseau-canope.fr/academie-de-limoges/14-18/blog/2014/08/25/la-bataille-des-frontie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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