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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소M Feb 14. 2024

1914년 9월 30일 갑자기 추워진 어느 날


1914년 9월 30일

사랑하는 자크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은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자 마침내 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데요. 제가 견디고 있는 모든 것, 제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언제쯤이면 직접 당신께 말할 수 있을까요? 당신 신변에 대해 극히 많은 불안과 불확실성을 안고 지쳤기에 돌아오시면 저를 어깨에 안고 팔로 흔들어 위로한 다음 어깨에 기대 쉬게 해야 될 거예요. 더 크고 끊임없이 힘든 일을 견디고 있을 당신께 감히 피로에 대해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당신 아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가요? 어서 돌아와서 키스하고 용서해 주세요.

 새로운 소식은 없어요. 15일 이후 당신 소식을 듣지 못했어요.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려고 용기를 모으고 있어요. 좋은 소식도 없어요. 시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앙드레 막내시숙은 드뢰로 돌아오기 전에 파리에서 이틀을 보냈어요. 체중이 줄었지만, 건강이 나쁜 건 아니라고 해요. 안색은 좋았다고 해요. 또 시숙은 쟝 첫째 시숙에게 편지를 받았는데, 소식을 전해주신 시어머니의 외출이 길어져서 그 내용을 읽지 못했다고 전했어요. 대신 쟝 시숙의 부상 상황에 대한 메모가 들어 있었어요. 9월 8일 쟝 첫째 시숙은 종아리에 파편 2개가 박히는 부상을 입었어요. 다행히 뼈는 건드리지 않았어요. 첫째 시숙은 베르됭 전선에 있었고, 부상당한 그날이 성모 축일임을 기억하고 누군가 그를 데리러 와주길 기다리며 고요히 미사를 읊으며 기다렸데요. 야전병원으로 옮겨져서는 거기서 당신 연대의 군인을 봤대요. 당신은 괜찮으신 거죠? 다시 몽펠리에로 옮겨진 뒤에 그는 생벵센느 드 폴 수녀님들의 보살핌을 받았어요. 부상 8일 후에는 일요일 미사에 목발을 짚고 참석했어요. 보시다시피, 첫째 시숙의 부상은 심각하지 않아요.

 시어머니는 여러 방법으로 여러 개의 소포를 당신에게 보냈어요. 바라건대 적어도 한 개는 당신에게 갈 거예요. 만약 여러 개가 도착한다면 공급과잉을 받아들이세요.

 저는 이토록 안전한 곳에 편안하게 자리 잡은 것이 부끄러워요. 제게 가장 중요한 당신이 없어도 따뜻하고 좋은 침대에서 잔다는 것이 어쩔 때는 민망합니다. 당신이 위험에 처해 있을 뿐 아니라 한낮에도 춥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것이 제가 너무 부끄러워요. 우리가 다시 만나면, 제가 당신을 따뜻하게 해 줄게요. 편지를 검수하는 선량한 책임자들은 방금 쓴 내용에 분개할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는 합법적으로 결혼했으며 그렇지 않아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죠.

 이 전쟁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는 사람은 안전하고 멀리 간다"는 종류의 것이며, 저는 당신의 지휘관을 믿어요. 그는 우리가 보내는 신뢰와 희망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 우리는 천천히 불타오르고 있어요.

 자기, 기쁨과 절망이 뒤섞인 감정으로 당신을 사랑해요. 가장 훌륭하고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헤어져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이 헤어짐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으니 말이에요.

  곧 다시 만나요. 당신을 사랑해요. 모든 키스를 담아 보내요. 무엇보다 당신의 푸른 실핏줄에 보내는 뽀뽀를 잊지 마세요.

당신 아내, 마리-조세프

우리 딸 꼬마 바베트의 부드러운 키스도 전해요.



1914년 10월 2일

사랑하는 남편에게

  우리가 헤어진 지 두 달이 되는 아침이에요. 사랑하는 당신, 이렇게 가슴이 두 달 동안 아프게 되었어요. 15일 이후로 당신 소식을 듣지 못했어요. 매일 당신에게 쓰는 편지를 적어도 7통은 받으시나요? 어제는 날짜를 적는 실수를 했어요.

 피에르 매제는 증류를 할 수 있도록 징집연기를 해달라는 요청 했고, 증류소 정보를 요청하는 관청의 편지를 받았어요. 좋은 신호예요. 펠릭스 매제는 22일에 수아송에 있었고 매우 건강했어요. 앙드레 막내 시숙은 드뢰의 연대로 돌아가기 전에  파리에서 이틀을 보냈어요. 루이즈 시누이가 말하기로는 막내 시숙의 살이 너무 빠져서 외투 속에 군인 한 명의 더 들어갈 공간이 있을 거라 했어요. 그 반면에 시누이는 통통할 정도로 살이 쪘다고도 했어요. 후방에 있는 가족들 건강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가족들의 전체적인 체중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쟝 시숙이 제게 당신이 보낸 편지 몇 개를 보내줬어요. 당신 필체를 보는 것은 감미로웠죠. 시숙은 제게 당신이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고 했어요. 말하기로는 당신답지 않게 말이 너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긴 편지가 있었어요.

 오늘 아침 저는 당신이 떠난 후 생긴 관례에 따라 승전 기원 미사에 갔습니다. 당신을 선하신 하나님과 그분의 성인들에게 추천했으며 사망한 당신의 옛 상사, 데트레씨를 위한 미사도 부탁했어요. 위령 미사는 월요일에 열릴 것 같아요. 우리 딸은 엘리자베스 기야르에게 엄청 멋진 턱받이 핀을 선물 받았어요. 엘리자베스의 약혼자는 386 연대예요. 그 사촌인, 테레스 뒤헝의 아내, 자크 라베는 작은 크리스탈 펜던트를 선물로 주었는데 저는 그걸 이본느 드 보아모렐에게 주었어요. 이본느의 남편은 8월 25일에 사망했는데, 이 젊은 미망인은 고작 25살로 3살과 3개월 된 아이가 둘 있어요.

 아직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네요, 내 꼬꼬씨. 그러나 조금 기다린다 해서 당신은 아무것도 잃지 않을 거예요. 당신에 제게 얼마나 소중한지, 당신이 떠나고 제 기분이 좋아진 적이 없어요. 오늘이 축일인 당신 수호천사가 당신을 보호해서 승리 속에 제게 돌려보내기를 바랍니다. 제 팔은 당신을 안아주기 위해 활짝 벌리고 제 심장은 당신을 느끼기 위해 조급하게 뛰겠죠. 당신이 떠날 때처럼 돌아올 때도 저를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저를 추악하고 불쾌하게 생각할까 두려워요. 내 사랑, 당신은 올바른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저는 당신의 사랑을 의심한 적이 없으며 결코 의심하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에 대한 엄청난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드릴게요. 엄마 집에서 잠들기 전 나와 저녁을 함께 보낼 때 했던 뽀뽀를 기억하시나요? 전 그게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하는 내 남편, 추억으로 가슴이 아프네요. 사랑해요. 프랑스 만세!

마리-조세프

당신의 어린 딸의 그녀를 사랑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불쌍한 아빠에게 안부를 전해요.



1914년 10월 4일

사랑하는 내 아내,

  아무것도 아닌 복통을 겪은 뒤에 다시 괜찮아진 참이오. 따뜻한 옷을 받아서 이제 혹독한 추위도 견딜 수 있게 됐소.

 온 마음을 다해 당신에게 수천 번 키스를 보내오.

당신의 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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