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말
그야말로 가을 가을 했던 어제.
밖에서 밥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와 아이스초코를 테이크 아웃했다. 그러면서 갓 구워져 나온 블루베리잼이 들어간 스콘을 한 조각 샀다. 나와 남편, 꼬맹이 셋이 길을 걸으며 손에서 손으로 스콘을 전달하며 베어 먹었고. 줄줄이 사탕처럼 한 박자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똑같은 말.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바삭하고 촉촉한 스콘을 씹으며 돌림 노래처럼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걷는데 그게 웃기고 재미있고 너무 좋고.
사랑하는 일은 이렇게 날 좋은 때 함께 걷고 맛있는 걸 나눠 먹으며 같이 감탄하는 일. 서로 닿을 수 없는 마음이 기적처럼 연결되어 하나의 방향으로 흐르는 순간을 만끽하는 일 아닐까.
그리고 공원으로 간 우리는 파랗고 높은 하늘과 햇빛에 반짝거리는 가을 나뭇잎을 오래 바라보았다. 막힘없는 공간으로 넉넉하게 오가는 바람을 맞는 사이 마음 한 자락은 바람 따라 어딘가로 띄워 보낸 것도 같고. 아이는 맨발로 모래 놀이터를 누볐으니 조금은 모래와 같은 마음이 되었을까.
놀이터에서 신나게 떠드는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무엇도 걱정할 게 없다는 마음이 된다. 눈앞의 놀이에 온 마음을 다하며 가득 웃음을 채우고 있는 얼굴들이 알려준다. 지금 이 순간으로 충분하다고. 파란 하늘에는 둥실 구름이 떠가고 하늘에 닿을 듯 키 큰 나무들은 잎을 흔들며 가을을 노래한다. 보고 듣고 느끼는 사이 가을처럼 풍성하고 드넓어질 것 같다.
해가 지자 금세 바람이 차가워졌다. 휘영청 금빛으로 밝은 둥근달이 남색으로 어두워지는 하늘에 걸렸다. 감나무에는 주홍빛으로 익어가는 감이 앙증맞게 매달려 있고. 낮은 하늘에 잔잔하게 흘러가는 구름, 서서히 스며드는 살구빛 노을, 하나 둘 켜지는 도시의 불빛도, 눈에 닿는 모든 장면이 시적이다. 가을이라는 시를 완성하는 오밀조밀한 문장들. 하나하나 눈 맞추는 사이 그 빛깔이 마음을 물들였다. 그렇게 우리는 가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가을이 되자.
가을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 2022년 가을의 김연수
가을엔 가을이 되어야지. 더 많이 걸으며 보고 듣고 감각해야겠다. 아름다운 시간은 늘 짧고 빠르게 흘러가버리니. 손잡고 걸으며 눈을 맞추고 웃음을 터뜨리고 서로의 마음을 느끼는 사이 사랑도 가을처럼 깊어지고 낙엽처럼 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