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과 루틴의 힘
여행 중에도 읽고 쓰고, 틈틈이 일을 한다. 어디서든 삶의 기본을 지킬 수 있다면 불안에 지지 않을 수 있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연말에 손을 놓았던 일을 다시 하고 있다. 캠핑장을 이동하는 와중에 일까지 하려면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전에 시간을 정해 일을 하면서 한결 마음이 평온해졌다. 여행에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갈망이 잦아들면서 주어진 하루에 충실해진달까.
사람은 습관과 루틴 안에서 편안할 수 있는 존재인가 보다. 일정 분량의 일을 끝마치고 나면 미미한 불안과 걱정이 걷힌다. 그러면 눈앞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온전하게 쉴 수 있다. 내 몫의 일을 해내야 나답게, 나로 자연스러운 마음이 된다. 나로서 살아간다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여행을 와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싶다. 단기 여행이라면 모르겠지만 한 달여의 여행은 생활의 연장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적당한 선에서 일을 할 수 있어 좋다. 몸에 익은 습관과 루틴은 떨쳐내기 어렵다. 하지만 그 안에서 큰 노력 없이 평온해질 수 있다면 그만큼 유익한 장치가 삶에 또 있을까.
“습관! 능숙하면서도 느린 이 조정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 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 습관의 도움 없이 정신이 가진 수단만으로는 우리의 거처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24쪽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모든 것을 덜어내더라도 읽고 쓰고 일하는 생활만은 남기고 싶다는 게 분명졌다. 내 안에 선명하게 새겨진 몸의 습관이 오늘을 긍정할 힘을 만든다. 차곡차곡, 무언가를 꾸준히 쌓고 있다는 감각을 사랑한다. 습관이 불안에 지지 않게 지켜준다. 좋은 습관은 나라는 세계를 안녕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