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말
“어머, 해가 이렇게 길어졌네.”
엄마가 말했다. 나이 든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얻어 타고 가면서, 창 밖으로 번지는 살구빛 노을을 바라보았다. 해는 산 뒤로 넘어가고 빛의 여운만이 은은하게 번져 있었다. 다홍빛 수채화 물감에 맑은 물을 한껏 섞은 것처럼 연하게 어여뻤다. 육교 아래 작은 터널을 향해 가던 순간, 아치형 터널에 걸린 노을 진 도로의 풍경은 오래전 영화에서 보았던 한 장면처럼 아련했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의 미래에서 이 순간을 회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엄마가 우리를 전철역에 내려주면서 이제 나이 들어 깜깜한 밤 운전이 무섭다며 집까지 데려다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게 엄마의 마음이라는 걸 잘 알아서 마음만으로 고마웠고. 잠깐 차를 타고 있는 사이 아이가 잠든 걸 알고 집까지 가자는 엄마를 극구 말리며, 서윤이를 깨워 내렸다. 엄마의 까만 차가 떠나고 길 위에 섰을 때 아이는 밀려오는 졸음이 힘겨웠는지 울음을 터뜨렸고. 그런 아이를 끌어안아 주며 미안해서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를 내려주며 안타까워하던 엄마의 마음이 이랬겠구나. 시간 차를 두고 서로 다른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