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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쫑 Aug 05. 2020

나이 듦을 보다

몸의 변화에 대해 객관적일 수 있도록.

나이 마흔. 언제나 젊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지만 이렇게 빨리 노화가 찾아올 줄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여자가 가장 매력적인 나이는 40이라며 그 나이를 고대했던 나였고,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마흔의 삶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솔직히 고달프다. 


28살.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이 듦을 실감했다. 거울을 보다 선명해진 목주름을 보고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분명 그전부터 있었던 목주름이었겠지만 그 날은 유독 더 진해 보였고, 그렇게 내 벗은 모습을 보고 예전 같지 않음을 알았다. 원래 노안이라 별로 나이를 신경 쓰지 않았고, 어렸을 때부터 말랐기 때문에 다이어트라고는 모르고 살았는데 그렇게 생생하게 나이 듦을 느꼈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우울해하다 생각을 해봤다. '왜 이렇게 우울해하는 걸까? 당연한 게 아닌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변하는 거잖아.' 


그땐 아마도 나의 노화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몸이 변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을 못 했다. 알지만 몰랐던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그때부터 나는 내 몸을 더 자주 보자고 결심했다. 충격을 덜 받는 방법으로 나이 드는 나의 모습에 익숙해지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나니 점점 나아지고 몸에 대해 무뎌졌다. 


그렇게 10년을 잘 지냈지만 요새 다시 나의 몸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작년 결혼을 준비하면서 갑자기 흰머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물론 그전부터 새치는 많이 있었지만 뽑을 수 있는 정도였기에 엄마가 염색을 하라고 해도 절대 하지 않았다. 한 번 염색을 시작하면 평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최대한 미루고 미뤘고 그것이 그나마 내가 지키고 싶은 흰머리에 대한 나의 자존심이었나 보다. 하지만 요샌 미용실 갈 때마다 머리 해주는 언니가 놀란다. 몰론 나도 놀란다. 이렇게나 빨리 흰머리가 나의 머리카락을 장악할지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매달 염색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약간의 우울을 더했다. 


게다가 나는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다. 다이어트를 생각해본 적 없을 정도로 말랐으니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나로서는 축복받은 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아니다. 살이 찌지 않았던 이유는 많이 먹지 않았을 뿐이었다. 남편을 따라먹다 보니 먹는 양이 늘었고 그것은 고스란히 몸으로 보였다. 옷을 입으면 신경 쓰이는 부분이 늘고, 지나가는 젊은 애들을 보면 예뻐 보였다. 다이어트라는 말을 정말 싫어하지만 나에게도 다이어트 아니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다고 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우울하지만도 않다. 그저 내 상태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시력도 떨어지고 옆구리살이 손으로 잡힐지언정 그것을 바로 보고 싶었다. 나의 몸상태가 어떤 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28살 때 거울을 보고 몸 상태를 바로 보듯이 지금은 이렇게 글로 바로 보고 싶은 마음. 분명한 건,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변해가는 나의 몸과 마음을 잘 정비해서 50살, 60살을 잘 준비하고 싶다. 내가 꿈꾸는 매력적인 마흔 살의 여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하고 잘 다듬고 싶다. 매일같이 나이 듦을 느끼는 게 아니라 긴 주기로 느끼는 것에 감사하며 이대로 잘 지내다 10년 후에 나의 몸을 바라보며 또 어떤 변화가 있구나를 알며 살아가고 싶다. 


나를 안다는 것은 감정과 마음만을 아는 것이 아니다. 나의 몸의 변화를 알고 어떤 모습으로 나이가 들지, 어떤 얼굴의 아우라를 가질지 우리 모두는 생각해봐야 한다. 꾸준히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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