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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Jan 18. 2024

낭만이라고는 찾기 힘든 프랑스 시골살이

시골살이는 노동의 연속이다

시골살이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생각해 보면  년 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가 계절에 따라 수확한 식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영상은 나에게도 시골살이에 대한 환상을 주었다.


나름 태어날 때부터 도시태생인 나는 뜻하지 않게 시골살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것도 프랑스에서


인구가 100명 남짓한 이곳은 정말 정말 시골이다.

다행히 작은 마을들이 따닥따닥 붙어있고 큰 마트나 시장이 있는 도시가 가까워 큰 불편함은 없지만 도시생활과 아파트에 익숙한 나는 아직도 어리숙한 시골러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겨울이면 해가 5시 정도면 기울기 때문에 8시쯤만 돼도 꼭 자정 같은 기분이 든다.


얼마 전 토끼가 새끼를 낳았다 정말 작은 토끼새끼는 처음 본다


주변이 온통 옥수수밭이고 해가 뉘엿 기울면 소몰이가 시작된다. 우리나라 누렁 소들보다 1.5배 정도 큰 얼룩소들은 발걸음도 우렁차다. 스무 마리 정도 되는 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모습은 베테랑 소몰이도 긴장시킨다.

제 아무리 순한 동물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도로에 끈을 길게 연결하고 막다른 길을 만들어준다.

종소리가 땡땡 울리는 대로 집을 찾아가는 소들.

아이를 안고 한 번씩 구경을 나가는데 방해될세라 숨을 잔뜩 죽이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구경하지 못했던 시골풍경을 접하다 보면 프랑스에 대한 편견도 편견임을 깨닫는다.


흔히 프랑스 사람들은 게으르다 표현된다.

영화나 유튜브, 시리즈물에서 종종 그렇게 나오는데 여기서는 게으름이 통하지 않는다.

한창 농사일이 시작되면 새벽부터 트랙터가 출동하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일을 마친다.


나도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을 떨어보지만 당해내지 못한다.

여기선 왠지 내가 지는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시에 비해 편리함이 떨어지니 손이 많이 간다. 1,2차 세계대전까지 겪은 농가들은 끊임없이 손을 봐줘야 한다. 우리 집에서 한 블록 떨어진 집은 몇 년째 계속 수리 중이니 가끔 집을 두고 캠핑카나 카라반에서 자는 사람들도 있다.

일용한 계란을 주는 닭들 여름이면 열리는 맛 좋은 체리
뒷 정원에 풀어놓고 기르는 양

사람들도 손이 많이 가는데 키우는 동물들은,

특히 겨울에는 추우니 부쩍 신경 써야 한다. 양, 닭, 개, 토끼 심지어 집 마당에 눌러사는 길고양이까지


아침에 일어나서 내 밥보다 동물들 식량을 챙겨주다 보면 어느새 배에서 꼬르륵 전쟁이 난다.


시골살이 전에는 나도 리틀 포레스트를 잠시 꿈꾸었다.

봄에는 아름다운 꽃을 보고 여름에는 야외에서 맥주 한잔 가을이면 텃밭에 열린 채소와 과일은 한아름 수확하고 겨울엔 창밖의 하얀 눈을 감상하며 벽난로 옆에서 차를 마시는 일.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여유는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가끔 짬을 내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집주변 옥수수밭 프랑스 옥수수는 유전자변형도 없고 약도 많이 안친다

짬을 내어하는 일 중에 하나는 추워지기 전에 아이와 함께 동네 산책하는 일

도시에서는 아파트 놀이터나 키즈카페를 갔지만 여기는 찾기 힘들기 때문에 꼭 동네산책은 필수다.


아이를 키우기에 시골이 좋은지 도시가 좋은지

뭔가 이분법적으로 설명하기는 싫다.


시골에서는 시골의 장점을 이용하고

도시에서는 도시의 장점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랑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아이와 함께한 사과주를 위한 사과따기

한창 사과가 익어갈 무렵

뒷마당에 꽤 있는 사과나무에서도 중력을 이기지 못한 사과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생과로 먹기엔 그리 맛 좋은 사과종류는 아니라서 모두 주워다 시드르를 담는다.

노르망디 지방에서 유명한 사과주인 시드르

사과즙을 큰 나무통에 넣고 발효시켜 만드는 사과주는 어느 레스토랑이나 마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시드르에서 조금 더 삭이면 도수가 높아진 사과주인 칼바도스가 된다.


사과가 저절로 나무에서 떨어지면 저렇기 자루에 옮겼다가 트랙터에 한꺼번에 싣는다.

큰 트랙터에 한가득 실은 사과는 약 200리터의 시드르가 되었다.



시골에 살다 보니 허투루 버리는 게 없어지고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빗물을 받아 동물들의 목을 축이고 정원에 물을 준다.

집안을 따뜻하게 하고자 나무를 베고 싣고 와서 난로에 넣고 바람이 후후 불어가며 추위를 물리친다.


도시에 살면서 쉽게 얻었고 쉽게 버렸던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가족이 있는 집풍경> 캔버스에 아크릴릭

해가 저물녘의 앞마당을 그려본다.

시골이 살면서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여기는 집안 대대로 가족이 집을 지키는 것을 아직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이 있기에 머물 집이 필요하다.

투자가 아닌 순수하게 사람이 자고 먹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터전인 집.

모두 자신이 만든 터전에서 만족하며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완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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