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컨트리 쇼퍼 Jun 06. 2023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의 여유

<세 번째 리스트: 서울 관악구 봉천동: 카페> 


카페를 항상 찾으러 다녔던 나.

뉴스에서 나오는 카공족, 그게 나였다.  

집에서는 이상하게 답답했다. 마치 벽들이 나를 향해 다가와 나를 옥죄이는 것 같았다.  

가끔 영화를 보면, 벽이 움직여 사람을 옥죄이는 그런 부류의 영화가 생각났다.

페르마의 밀실 같은 영화 말이다. 


"문제를 풀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숨 막히는 두뇌 게임의 현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라!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네 명의 수학자가 위대한 수수께끼를 풀어달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대로 받는다. 그러나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제한 시간인 1분 내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사방이 오그라드는 밀실뿐이다.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문제를 푸는 것뿐. 그들은 왜 이 방에 초대되었으며, 그들은 이방에 초대한 인물은 누구인가? 목숨을 건 치열한 두뇌 게임이 지금 시작된다…!" -영화 페르마의 밀실-

 

내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이 방이 밀실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어떻게든 그곳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지만 점점 좁아지는 벽들. 

내가 꼭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나가야만 했다. 



카페를 찾아 헤맸다. 

나에게 잘 맞는 카페.

나는 특별히 스페셜티커피를 좋아한다. 

과일과 꽃향기가 어우러져 향긋한 맛이 나는 커피. 

커피의 다크하고 쓴맛보다는 여러 향이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향과 맛이 내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드디어 그런 카페를 찾았다. 

커피가 맛있는 곳!

더군다나 디저트까지! 

금상첨화였다.  



개인 카페여서 작업을 하기에는 불편하지만 책을 읽고 구상을 잠시 하다가는 쉼터로는 안성맞춤이다.

화장실도 매우 중요하다. 깨끗하고 가게 내부에 있어야 한다. 

나는 이렇듯 공간의 편리성과 깨끗함을 매우 중요시 생각한다. 

통창, 잘 들어오는 햇빛, 인테리어, 이런 것 하나하나가 나에게 편안함과 행복감을 주는 요소이다. 

20대까지만 해도 쉼 없이 열심히 살고, 시간을 빽빽하게 써서 성공으로 가는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미래의 큰 성공만이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서른이 되고, 그것이 다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노선을 틀었다. 



그런데 이제는 예전의 삶과는 다르게 평온한 삶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삶이 3년 넘게 지속되면서 약간의 불안감이 스멀스멀 찾아오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사는 삶이 행복한 것일까? 

평생을 달리고 경쟁하며 살아왔던 내가 지금의 삶이 정말 맞는 것일까? 


커피 한잔을 여유 있게 혼자 마시며 내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였다.  



옛날에는 나에게 커피 한잔이란 제일 싸고 카페인을 빠르게 흡수해서 

잠에서 벗어나 밤새 일할 수 있게 해주는 묘약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때의 삶과 지금의 삶이 너무도 달라져서 이제는 예전과 같은 커피는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니, 내가 마시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제는 다크 한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비싼 커피, 비싼 분위기만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이 변하듯 취향 또한 변하지 않겠는가? 

결국에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쫓기 마련이다.

물론 그 좋음에도 허망함은 있을 수 있다. 


커피 한잔을 다 마신 나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자! 

너무 뒤돌아보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살아왔던 날들을 지금의 관점으로 다시 보고 객관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갈 나를 찾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의 여유는 꽤 효과가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악구 동네 한 바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