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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컨트리 쇼퍼 Jul 19. 2023

서른한 살, 한옥에 사는 꿈이 생겼다

<은평구 한옥마을>


은평한옥마을은 2014년 12월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로 조성한 은평구의 한옥 전용 주거단지다.
조성 초기에는 구민 사이에서도 비교적 생소한 마을이었지만 현재는 진관사, 불광천과 함께 은평구를 대표하는 장소 중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음이 왜 이리도 싱숭생숭한지... 하루에도 열두 번은 감정이 오락가락한다. 

한국을 떠나는 것이 설레면서도 갑자기 몇 시간 후에는 한국을 떠나는 것을 잘하는 것일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이제 한국을 떠나기까지 이틀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아직 준비 못한 것들이 많은데...

벌써 내일모레면 떠나야 할 시간이다.

  


시부모님께서 우리가 호주로 떠나기 전,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셨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우리는 그렇게 이틀간의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디를 갈까 고심하다가 파주로 떠났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파주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남편은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게 되면, 항상 파주에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였다. 

파주는 출판도시뿐만 아니라, 서울과도 거리가 그리 멀지 않고, 자연환경도 좋아 살기 좋다고 했다. 

오늘은 남편이 항상 가보고 싶었던 카페를 가보려고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음악카페?라고 했다.

"음악카페?"   

거대한 스피커들이 내 눈앞에 있었고, 음악소리는 내 심장을 쿵쾅쿵쾅 울린다. 

내가 정말 음악회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긴 뭐지? 신세계였다!'  

2시간 동안 앉아서 멍하니 음악을 들으며, 남편을 만나면서 내가 그동안 한국에서 보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정말 많았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이러한 좋은 환경들을 그냥 지나치고 살았던 건지는 모르겠다. 

 


파주를 떠나, 달리는 차 안에서 다음 장소는 어디로 갈까 의논을 해본다. 

"어디로 갈까요?"

돌아오는 대답은.. 어디든 좋아!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갑자기 요즘 내가 즐겨보는 하트시그널이 무심코 떠올랐다. 

그곳 배경이 은평구의 한옥마을이었다.  

여담이지만, 나와 남편은 결혼은 했지만, 그런 연애 예능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대리만족이랄까?  


그렇게 우리는 급작스럽게 은평구 한옥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비까지 와서 고즈넉하고 너무도 좋았다. 

걸어 올라가 보니, 진관사라는 절이 있었다. 

"어라? 나 여기 와본 것 같은데?"  

"언제?"


막내고모가 3년 정도 은평구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이곳 계곡으로 놀러 와서 물놀이를 하거나 진관사에 꼭 들렸던 기억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어릴 때부터 절을 다녀서 나에게 절은 편안한 안식처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진관사에 들어간 순간 내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을 받았다. 

역시 사람이 경험했던 기억들은 무시하지 못하구나 싶었다. 




이제 진관사는 내가 어린 시절에 왔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뭐랄까? 어릴 때와는 다르게 너무도 화려하게 (내 기준으로는) 변한 진관사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은평뉴타운의 단독주택용지로 지정되어 조성된 신흥 한옥마을 주거지구여서 그럴까?

진관사까지도 모든 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깨끗하고 깔끔했다. 

"여기서 살고 싶다..."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진관사 옆에 있던 카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팥빙수를 먹으며, 이 마을을 온전히 느껴보았다. 

"나는 만약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면 한옥에 살고 싶어."

한국을 완전히 떠날 것처럼 말했던 나는 이제 그런 마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것처럼 말한다. 

내가 태어나고 평생을 자라왔던 한국이라는 이 나라는 나에게 애증의 나라다. 

이런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주기는 아깝고, 내가 가지기에는 아까운 그런 마음인 걸까?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와 남편은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어디서 살고 싶은 동네를 정한 건 분명해 보였다.  

"그래. 꼭 그러자. 나도 한옥에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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