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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한 명령'에 관한 오래된 질문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따르면 처벌받을까

by 코트워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료법 위반 행위를 묵인한 혐의로 한 청와대 경호관이 재판을 받았습니다.


1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대통령을 위한 일이 나라 전체를 위한 것이라 교육받았고,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 충실히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상관의 어떤 지시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제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경호관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2심에서 집행유예형을 받아 형이 확정됐습니다.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따르면 처벌받을까'


이 질문은 지금 진행 중인 군 지휘관들의 재판에도 적용됩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국회 등으로 병력을 보낸 군 지휘관들은 '내란을 모의하고 실행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열린 재판에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측은 '피해자'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대통령·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사령관은) 가해자-피해자 관계라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없다."


여 전 사령관도 '상관의 명령에 따라야 했던' 피해자라는 주장입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회 방위 임무를 수행하려고 출동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전 사령관의 변호인은 "대통령과 장관 명령에 따른 것은 정당한 임무 수행인데 왜 여기 구속돼 있는지 제 머리로 이해할 수가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명령에 의한 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로 이해하는 것이 통설이다."¹


상관의 명령은 기본적으로 적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법 바깥에 있는 명령을 따를 경우 법이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취재하면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에서도 법원은 일관되게 '위법한 명령은 그 자체로 명령이 될 수 없다'고 결론을 냈습니다.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라는 말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다만 현행법상 군인이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에서는 '위법한 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법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가 군의 지휘 체계에 대해 고민해야 할 계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군 지휘관들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로, 법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¹ 최관호, 「위법하지만 구속력 있는 명령'에 복종한 행위의 위법성 판단」, 『일감법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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