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형사부에는 있고, 제9-1형사부에는 없는 것
다음 주 수요일은 이태원 참사 3주기입니다.
인명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재판은 현재 아래와 같이 진행 중입니다.
- 서울경찰청, 3인, 항소심 중
- 용산경찰서, 3인¹, 항소심 중
- 용산구청, 4인, 항소심 중
- 이태원파출소, 2인, 1심 중
항소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는 제13형사부가, 용산구청은 제9-1형사부가 맡았는데요. 지금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가 끝날 때까지 재판을 잠시 멈춘 상황입니다.
오늘은 두 항소심 재판부의 차이를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범죄 피해자의 진술권에 대해서입니다.
제13형사부와 제9-1형사부
참사와 관련된 법정에 가면, 그리고 피해자가 법정에 나오면, 재판부는 보통 첫 번째 공판과 선고 전 마지막 공판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습니다.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 직접 말할 수 없으면, 유가족이 대신 말하게 됩니다.
저희가 취재한 대부분의 경우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용산경찰서 항소심을 맡은 제13형사부는 조금 달랐습니다.
매번 공판이 끝날 때마다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법정에 출석한 사실을 공판조서(법원이 소송 절차와 내용에 대해 작성하는 문서)에 남겨두겠다며, 원하는 분은 법원 직원에게 이름을 알려주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용산구청 항소심을 맡은 제9-1형사부도 달랐습니다.
세 번의 공판이 열렸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한 차례도 묻지 않았습니다. 보라색 옷을 입은 유가족이 매번 법정에 많이 출석했는데도요. 피해자 변호인에게만 의견서 내용을 진술하게 했습니다.
피해자 진술권에 대한 법 조항을 찾아봤습니다.
87년 헌법은 "형사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라고 규정합니다. 이는 형사소송법, 형사소송규칙 조항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피해자 진술권
범죄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는 건 2015년 신설된 형사소송규칙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재판부 직권이나 피해자 신청으로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의견 진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류영재 판사는 피해자 진술을 듣기 전후로 생각이 달라졌던 경험을 예시로 들며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피해자 진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썼습니다.
"단순한 상해 사건이었다. (...) 그러나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자신의 피해에 대해 진술하자 이 사안은 더 이상 단순 상해 사건이 아니게 되었다."
임수희 판사도 피해자 진술을 통해 '사안의 실체'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던 경험에 대해 썼습니다. 또 그 의미를 확장해 짚었습니다.
"피해자인 최씨와 그 유족의 목소리가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들려지도록 하는 (...)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가해자의 사과나 금전 보상 같은 것과 궤를 달리하는 피해의 치유와 회복을 도모하고자 하였던 것 같습니다."
양형 증인
용산경찰서 항소심을 맡은 제13형사부는 피해자 측에 "증인으로 신청하면 (증언을) 듣겠다"라고 먼저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참사 재판을 취재하면서 처음 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재판부 안내에 따라, 피해자 측은 검사를 통해 세 명의 증인을 신청했습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범죄사실과 관련된 증인은 아니고, 양형(형량을 정하는 일)과 관련된 증인입니다.
이는 피해자 진술이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것'과는 관련 없는 범위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진술할 수 있는 내용은 '피해의 정도와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 그밖의 의견' 등입니다.
용산경찰서 항소심은 특조위 요청에 따라, 피해자 증인 신문을 앞두고 지난 7월 중단되었습니다.
제13형사부 재판장은 "피해자분들이 특조위 결과 나온 뒤에 증언을 하시는 게 좋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요. 피해자 본인 증언은 특조위 후로 진행하면 어떤가 생각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6월 조사를 개시한 특조위의 조사 기간은 내년 6월까지이고요. 필요하면 조사에 3개월, 보고서 작성에 3개월을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형사재판에서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특조위 조사를 통해 밝혀지기를, 그 결과가 법정에서의 피해자 진술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생자분들을 추모하며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보냅니다.
¹ 용산경찰서 관련 사건의 피고인은 총 5명이지만, 2명은 허위공문서작성 관련 혐의만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