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판결문 공개 확대'를 사법개혁안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헌법 조항을 현실화함으로써 사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판결문은 법원이 운영하는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형사 판결문은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은 1·2심 사건의 판결문도 열람 및 복사가 가능해집니다.
작년 봄, 총선을 전후로 코트워치는 '선거범죄 리포트'라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정치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모아 분석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대량의 판결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1)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하급심 판결문은 인터넷으로 열람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2) 법원도서관¹에 가서 판결문 원본을 확인하고, 사건번호와 법원명을 메모해 왔습니다.
3) 자세히 읽어봐야 하는 판결문은 '사법정보공개포털'을 통해 판결문 사본을 신청했습니다.
위 과정을 거치고도 확보하지 못한 판결문들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기사를 준비하며 이 기획을 '판결문 전수 조사'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분석 결과를 뭐라고 칭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습니다.
공개된 판결문을 모아 어떤 형태로든 '분석'할 수는 있지만 그 분석이 얼마나 완결성을 가질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판결문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늘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몇 주 동안 모은 판결문을 읽으면서는 판결문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았습니다.
같은 혐의를 다루는 재판이어도 '양형 이유²'를 상세히 적는 재판부가 있는가 하면 '양형 기준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고도 그 이유를 적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또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다를 때, 그 근거가 선명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코트워치가 프로젝트를 기획한 배경에는 '들쭉날쭉한 법원 판결'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이런 의구심이 검증 가능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판결문 원문이 필요했습니다.
별 이유 없이 특정인을 감형해준 경우가 있지는 않을까,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전혀 다른 판결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의심했고, 실제로 판결의 근거가 불명확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올해 1월, 법원도서관은 '개인정보 유출 및 침해 방지'를 위해 판결문 검색·열람 대상자의 범위를 축소했습니다.
1) 검사, 검찰공무원, 변호사, 법무사, 대학교수
2)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3) 언론사 소속 기자
내규가 개정되면서 위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만 열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원래도 접근이 어려웠던 '판결문 열람'의 범위를 더 좁힌 셈입니다.
이번 '판결문 공개 확대' 방안에 대해 법원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개인정보 침해 및 재판독립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예방하면서도 실질적인 권리가 확대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¹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법원도서관 판결정보특별열람실에 방문하면 판결서 원본을 직접 검색해 열람할 수 있다. 열람 자격 및 시간이 제한돼 있고, '사건번호'와 '법원명'만 적어 올 수 있다.
² 재판부가 어떤 점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는지 기재한 것. 주로 범행의 동기, 피해 회복 여부, 피고인의 전과 여부 등이 고려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 기준'에서 벗어날 경우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