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한 마디로 닫힌 내란 재판

by 코트워치

취재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 중 하나는 '이 일이 부당한 일이 맞는지',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일이 맞는지'에 관한 고민입니다.


취재 대상에 대한 지식이 없을 때, 취재하는 분야가 상당한 전문성을 요할 때 고민은 더 커집니다.


이번 주 화요일, 군사법원에서 열린 내란 재판을 방청하러 갔을 때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요. 이날 재판이 시작된 직후 갑자기 '비공개'로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재판장의 '퇴정해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군사기밀이라 공개되면 안 되는구나, 하고 빠르게 짐을 챙겨 나왔습니다. 그런데 곱씹어볼수록 재판부의 '전면 비공개' 결정이 타당한가, 재판부는 이 결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나 질문해보게 됐습니다.


재판장이 '비공개 결정'을 고지하며 한 말은 아래와 같습니다.


"해당 사건은 군기(군사기밀)누설 사건¹으로서 국가안보를 위해 심리를 비공개하겠습니다. 방청석에 계신 분들은 퇴정해 주십시오."


이번 결정은 이전에 내란 재판에서 이루어졌던 비공개 결정과는 좀 달랐습니다. '군인 증인에 대한 신원 보호' 등 이전과 같이 구체적인 비공개 사유가 공개되지 않았고, 증인신문 등 특정 절차만 비공개한 것이 아니라 재판이 열리자마자 전체가 비공개됐습니다.



'재판 비공개'의 이유


재판을 비공개하는 경우 법원은 그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군사법원법 제67조에는 '재판의 공개'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①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또는 군사기밀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군사법원의 결정으로 재판의 심리만은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② 제1항 단서의 결정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 선고한다.


비공개 결정을 할 경우 재판부는 그 기준이나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재판 비공개 결정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민간 법원에 적용되는 법원조직법에도 '재판을 비공개할 경우 이유를 밝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모든 내란 재판은 공개돼야


지난 6월 시행된 내란 특검법은 '비공개 사유'가 존재하더라도 모든 내란 재판이 공개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조직법 제57조에도 불구하고 제2조제1항 사건에 대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법원조직법에서 정하는 비공개 사유, 즉 '국가의 안전보장, 안녕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할지라도 내란 관련 재판은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중대한 사건'인 만큼, 재판부 재량으로 재판이 비공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법 시행 이후 보안상의 이유로 증인의 신원을 보호해야 하는 경우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 차폐막을 설치하거나, 군사기밀이 포함된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할 때


군사법원 재판부가 재판 비공개를 결정하며 언급한 것은 '군사기밀'과 '국가안보'입니다.


군사기밀보호법상 '군사기밀'이란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군 관련 문서, 도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 또는 물건"을 의미합니다.


다만 '국가안전보장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라는 표현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해 일관된 법 적용이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왔습니다. '명백한 위험'과 '초래할 우려' 두 가지 다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²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만큼의 실질 가치를 지닌' 정보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³ '군사기밀'의 범위를 넓게 해석할 경우 알권리 등 국민 기본권이 침해될 위험이 있어 그 기준을 좁게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12·3 비상계엄 사건과 같이 국민의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사건의 재판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보호해야 하는 군사기밀'이 어떤 것인지, 비공개 결정의 구체적인 근거나 사유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¹ 12·3 비상계엄 당시 정보사령관 문상호와, 정보사 소속 김봉규, 정성욱 대령이 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위해 투입될 정보사 요원 40명의 명단과 인적사항을 민간인 신분의 노상원에게 넘긴 사건(군사기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² 홍승희, '정보화사회에서 국가기밀과 형사법적 보호의 개선방안', 원광대학교, 2015


³ 헌법재판소 1997.1.16. 선고 92헌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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