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수원지방법원 4층 복도 한가운데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SPL(구 SPC 로지스틱스) 제빵공장 사망사고(2022년 10월 15일) 재판의 피고인과 변호인단 그리고 회사 관계자들이었습니다.
야간 근무조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기계 끼임 사고로 사망한 이후 SPL 강동석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피고인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1심에서 피고인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안전교육 실시 여부, 이 사건 이전에 발생한 끼임 사고들에 대한 재발방지대책 마련 여부 등이 쟁점입니다.
"이 사건 이후 재발방지대책이 수립된 과정을 알고 있습니까?"
2심 재판장은 현재 SPL에서 안전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증인에게 물었습니다. 재판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주로 '사고 이전'이지만, 재판부는 '사고 이후'에 재발방지대책의 범위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대책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2024년 3월 첫 공판부터 봐온 SPL 재판은 4월 결심 공판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코트워치가 n년째 취재 중인 사건들의 재판 현황을 전해드립니다.
이태원 참사(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재판들은 지난해 7월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중단됐습니다.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요청에 따른 건데요. 특조위는 기한을 3개월 연장해 올해 9월 16일까지 조사를 이어가고, 재판은 그 이후에 재개할 예정입니다.
특조위는 다가오는 3월 청문회를 엽니다. 시민에게도 질문을 받아 검토한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행정안전부나 서울시, 용산소방서처럼 법정에서 볼 수 없던 기관에 질문할 수 있고, 검사나 변호인처럼 범죄 혐의에 국한된 질문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어떤 질문과 답변이 나올지 지켜보고자 합니다.
청주 절토사면 붕괴(2023년 7월 15일)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2023년 7월 15일)
2023년 7월 15일 청주에는 비가 많이 왔습니다.
새벽 5시 28분경 도로 위로 흙더미가 쏟아져 20대 청년이 탄 승용차를 덮쳤습니다.
무너진 흙더미, 절토사면 관리 책임이 있는 보은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의 형사재판을 유가족 분들과 지켜보고 있습니다. 재판부가 두 번 바뀌면서 재판이 늦어지고 있고요. 절토사면 같은 시설물의 관리체계에 대한 기사를 곧 전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같은 날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재판 2건이 마무리됐고, 5건이 진행 중입니다.
인명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에 관한 ①경찰 ②충청북도 ③청주시 공무원들의 재판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사의 직접 원인이 된 부실제방과 관련된 ④중대재해처벌법 재판은 법률 해석에 대한 검사와 변호인의 발표로 본격 시작했습니다. 청주시장, 시공사 대표 등이 재판을 받고요. 판례가 없는 '중대시민재해 1호' 사건이기 때문에 법 해석에 대한 다툼이 부각될 것 같습니다.
(⑤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들도 부실제방을 방치한 혐의 등으로 재판받고 있습니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2024년 6월 24일)
아리셀 참사 재판은 2심이 진행 중입니다. 유가족 분들, 피해자 측 변호인단, 대책위 활동가 분들이 꾸준히 법정에 오고 있습니다.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유가족 분들은 참사로 인해 겪은 피해와 사건의 중대함에 대한 의견을 밝혔고, 아리셀 측은 1심 판결이 부당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새로운 증인을 신청하는 등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아리셀 측은 피고인들의 과실로 화재가 발생한 게 아니라는 점, 비상구 설치 등 법령상 지켜야 하는 안전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2심 재판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 당시 아리셀에서 일했던 직원, 리튬 배터리 전문가, 한국산업안전공단 소속 근로감독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작년 3월부터 취재를 이어 온 부천화재참사(2024년 8월 22일) 재판은 증인 4명에 대한 신문 절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1심이 진행되는 동안 참사 1주기가 있었고,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들의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전원 석방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범죄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힌 피고인들이 주요 사실관계를 부인하면서 재판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호텔 건물에 대한 안전 관리 책임, 화재 발생 직후 대응 과정에서의 과실 등 피고인들의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