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길다 전체적으로
재무회계를 공부하면서 문제집이나 기본서 목차대로 금융부채를 먼저 공부했다면 난해한 금융자산의 세계는 그나마 이해하기 낫다.
이 부분도 사채와 마찬가지로 산 모양의 그림을 그리면서 연말의 장부금액과 이자수취 금액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금융부채가 현금을 상대방으로부터 빌려와 미래에 지급의무가 있기에 발행 후 이자비용을 지급해야했다면, 금융자산은 거꾸로 상대방 회사가 발행한 사채를 돈을 주고 사주고 미래에 돈을 수취할 권리가 있기에 이자수취 금액을 구한다.
이때 원리금을 수취하면서 매도(sale)도 할 목적으로 취득한 경우에, 그 자산의 공정가치 변동을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하는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이라고 한다. 이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의 손익은 당기손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정가치에 따른 기타포괄손익'으로 분류된다(classified as financial assets measured at fair value through other comprehensive income(FVOCI). 공정가치는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시장거래에서의 가격(market price)을 말하며 거래원가를 반영하지 않은 금액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초인식시에는 공정가치에 거래원가를 더해서 최초측정금액을 정하게 된다. 금융부채의 최초 인식시에는 공정가치에 거래원가를 차감했던 것을 기억하면 좀더 쉽게 이해될 것이다.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 측정 채무상품을 제거(written-off)할 때는 기타포괄손익을 당기손익으로 후에 재조정할 수 있다.
상대방 회사가 발행한 사채 금융자산에서 예상되는 신용위험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신용손실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하여 당기손익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실제 손상이 발생한게 아니라 그저 예상되는 신용위험일 경우에는 기대되는 신용위험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할 뿐이고, 이자수익은 손상을 인식하지 않은 총장부금액에서 이자율을 적용하여 인식한다.
그런데 실제로 손상(impairment)이 발생했다면? 예를 들어 3년 후에 액면가액 백만원, 표시이자율 8%로 매년말 이자받을 것을 약속하고 상대방이 발행한 사채를 샀는데 1년이 지난 후 보니 상대방 회사의 신용이 하락하여 70만원밖에 못 건질 거 같고 이자도 5% 정도만 건질 거 같다는 게 확실해지면 이 금융자산에 대한 이자수익도 손실을 반영해줘서 다시 계산해야 할 것이다. 즉 장부금액에서 손실을 차감 후 이자율을 적용하여 이자수익을 인식한다.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다가 가치의 변동분을 기타포괄이 아닌 '당기손익'으로 인식하고 싶다면 금융자산의 분류를 바꾸게 되는데 이것을 재분류라고 한다.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classified as financial assets measured at fair value through profit or loss (FVPL))은 공정가치의 평가손실을 당기손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장부금액 손상의 대상이 아니다. 즉 손상을 인식할 필요가 전혀 없는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바꾸고 싶다면, 공정가치로 측정한 후 당기손익으로 인식하고, 유효이자율이 아닌 '표시이자'로 이자수익을 인식한다. 반대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다가 요것을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분류를 바꾸고 싶다면? 표시이자로 수익을 인식했던 것을 새로운 '유효이자'수익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럼 표시이자(indicated interest)는 뭐고 유효이자(effective interest)는 뭔가? 표시이자는 금융자산이나 사채와 관련된 액면금액과 함께 약속되었던 바뀌지 않는 이자금액인 것에 반해, 유효이자율은 초기에 발행되었던 금액과 미래의 현금흐름을 일치시키는 이자율이다.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은 유효이자율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은 표시이자로 인식해주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채무상품들 즉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외에 매도와 상관없이 원리금만 수취할 목적으로 취득한 상각후원가 측정 금융자산(classified as financial assets measured at amortized cost(AC))이 있다. 이 금융상품은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과 마찬가지로 유효이자율법에 의한 이자수익 및 손상을 인식하지만 매도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평가손익을 인식하지 않는다.
들입다 문제집을 구해 풀기 전 저런 짧은 글 하나 읽었다면 그 많은 삽질?들을 안 해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각후원가금융자산(AC)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평가손익을 구하고 앉아있고,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PL)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유효이자율로 이자수익을 구하고 있거나 손상차손을 구해본 경험이 있다면 위의 금융자산의 개념 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상각후원가 금융자산(AC)에서 실제 손상 발생과 기대신용손실의 차이를 몰라 총장부금액에서 기대신용손실액을 차감해서 이자수익을 구한 적도 많았다.
재무회계 초보자에게 위의 세가지 금융자산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세가지 금융자산의 성격을 표로 구분해 놓은 것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던 것 같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가상의 개념들은 구슬 하나하나로 굴러다니면 안 되고 하나의 목걸이로 꿰어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