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의 비밀일기 두 번째 이야기
2015년 11월 30일 월요일. 24,867보.
아침부터 길거리로 나와 걸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나와 7 정거장 즈음 왔을 때 내려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골목 곳곳을 다니며 문 열고 들어가며 '뚜벅이 영업사원입니다.'하고 인사했습니다. 반겨주는 이 하나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가끔 일을 나와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쓴소리를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분에게 저는 하루에 몇 번이고 찾아오는 영업사원 하나쯤 되겠지만, 그분이 저에게 했던 말은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게 합니다. 10,000보를 걸을 때까지 몇 곳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여기도 들어가면 욕먹겠지?'
'아! 손님 있구나. 다음에 와야지.'
이런 생각으로 문을 열지 못하고 계속 지나쳤습니다. 저번 주는 손이 꽁꽁얼정도로 춥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날씨가 따뜻한지 아침에 추위에 떨지 않기 위해서 껴입었던 내복이 원망스럽습니다. 남들은 두꺼운 외투를 고쳐 입는데 이마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합니다. 한 참을 그렇게 목적지 없이 걷다가 작은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 봅니다. 백발의 할머니가 TV를 보다 손님인 줄 알고 헐레벌떡 일어나 나오십니다.
"할머니, 앉아 계세요. 저 목이 너무 말라서 물 한잔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그래요. 여기 물 한잔 먹어요"
그렇게 그곳에 문 열고 들어간 목적도 잃어버린 채, 물 한잔만 얻어먹고 나왔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길가의 벤치에 앉아서 오랜만에 푸른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저는 오늘 반나절 동안 어쩌면 목적지도 없이 걸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누구에게 상품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 체 그저 문 열고 들어가서 인사만 하고 나오길 반복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사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다닐 때, 그저 학교에 가서 받아쓰기를 잘 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왜 받아쓰기를 잘해야 하는지, 받아쓰기를 잘해서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맞으면 엄마가 좋아했고, 친구들이 부러워했고, 선생님이 칭찬해주었기에 그렇게 100점을 맞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목표 대신 당장에 하는 일에 연연하며 힘겹게 살아갑니다. 제가 길거리로 나와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해야 한다는 그 일에 집중하다 보니, 내가 이곳의 문을 왜 열었는지를 잊어버린 채 그저 문을 여닫는 사람이 되어 버렸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을 통해 가고자 하는 목표는 당장 한걸음을 걸을 땐 중요해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걸음만 걷고 끝낼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00걸음, 10,000걸음씩 기나긴 인생의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표를 찾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래야 10,000걸음을 걸어 들어간 곳에서 거절을 당해도 지치지 않고 다시 걸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걸었던 24,000걸음은 어쩌면 더 긴 여정을 떠나는 나에게 푸른 하늘이 주었던 깨달음이 아니었을까요?
내일은 오늘 24,867걸음을 걸으면서도 못 들렸던 곳에 다시 찾아가 인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뚜벅이 영업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