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로 결혼을 포기했던 남자
아토피 회복 90일 챌린지_8~11일 차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감사하게도 한 회사의 internship 프로그램에 합격을 했습니다.
여름 방학 동안 회사에서 근무 아닌 체험을 했고, 채용 전환형 과정이었기에 제가 속했던 조직의 임원과 팀장의 넓은 아량으로 합격했습니다.
정식 입사는 6개월 뒤인 익년 1월 1일.
제겐 4학년 2학기라는 자유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더욱 저를 설레게 한 것은, 4학년 2학기에 2학점만 들으면 졸업학점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강이 가능한 과목을 선택 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를 즐겨야지 생각했습니다.
정말 꿀과도 같은 저 만의 4개월이 주어진 셈입니다.
'야호! 앞으로 이 귀한 시간에 무엇을 할까?'
회사 선배들에게 자유시간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지 여쭸습니다.
하나 같이 해외여행 추천했습니다.
"회사에 오면 끽해야 일주일 휴가를 낼 수 있어. 그러니 장 기간 여행은 꿈도 못 꾸지. 시간을 내어 해외여행 꼭 해봐!"
저도 해외여행을 좋아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곳인 남미아메리카나 아프리카로의 여행을 목표로 준비했습니다.
그. 런. 데.....
갑자기 피부가 뒤집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살짝만 긁어도 진물이 졌습니다.
밤에는 3~4시간 동안 피부를 온몸을 긁다가 새벽에야 지쳐 잠에 들었습니다.
(만약, 이때 제가 '항히스타민제'를 알았더라면 그 고통의 시간은 훨씬 줄었을 거예요.)
그렇게 저는 9월부터 한의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약을 먹기 시작했고, 병원에 방문하여 침치료와 적외선 치료, 식염수로 환부를 관리받았습니다.
병원에 다녀와서 집에서 생활을 했고, 해가 지고 나면 저녁에 뒷 산에 뛰어 올라갔다오며 운동을 했습니다.
그래도 밤마다 한바탕 긁지 않고서는 잠을 못 드는 힘든 시간을 보냈지요.
아침이 오면, 제 이부자리를 들고 밖으로 나가 각질과 먼지를 털었습니다.
그러며 생각했습니다.
'이거 회사는 내년부터 갈 수 있을까?'
'아토피로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데, 결혼은 무슨. 혼자 살아야 하나보다.'
나의 아토피로 가족이 될 이성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조차 내 환부를 보기 힘든데, 타인에게 부끄러운 상처 투성이인 몸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치료 중에는 물도 잘 만지지 못했기에, 결혼 후 집안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족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습니다.
급기야 하루는 난생처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제 아픔의 시간을 줄일 수 있지 안 나는
나쁜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10월이 지나고 11월이 되었습니다.
꾸준히 치료를 받은 결과, 피부는 11월 중순부터 회복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삶이 질이 나아질 즈음, 12월에 해외여행을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소개팅도 주선받아 사람을 만났습니다.
피부의 상태는 계절과 저의 컨디션, 먹는 음식의 상태와 스트레스 등에 복합적으로 반응합니다.
좋지 않은 것이 몸에 들어왔다고 바로 악화되기보다는 천천히 축적되는 듯합니다.
반대로 회복의 순간도 즉각적이라기보다는 몸과 마음의 아픔을 하나하나 돌보며 더디다 여겨질 만큼 서서히 나아집니다.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과 결혼하여 아들 셋을 낳고 살고 있습니다.
저는 아토피로 따갑고, 상처가 보기 흉해 거울도 잘 안 보는데,
아내는 로션을 가져와 환부에 발라 줍니다.
제겐 너무 크게 보이는 아토피라는 장벽이, 아내에게는 낮게 보이나 봅니다.
그 사랑으로 저는 자꾸만 구석으로, 어둠으로 들어가려는 것에서 다시 빛으로 밝음으로 나아갈 용기가 생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