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열여덟 살,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습니다. 평범했으나 똑똑하고 매력적인 소년이었고 남들보다 비상하지만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을 줄 아는 겸손한 소녀였습니다. 그들은 보편과 특수를 오가며 이 세상 어딘가에는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길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됩니다.
"놀랐잖아, 난 여태껏 주욱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내 말을 믿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라고 소년은 소녀에게 말합니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인걸. 너의 모든 것이 내가 상상하고 있던 그대로야. 마치 꿈만 같아"라고 소녀는 소년에게 말합니다.
두 사람은 지하철역 앞 벤치에 앉아 새벽까지 질리지도 않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두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고독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100퍼센트의 상대를 찾고, 그 100퍼센트의 상대가 자신을 찾아준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에도 약간의, 어쩔 수 없는 1퍼센트의 사소한 의심이 파고듭니다. 이처럼 간단하게, 영화처럼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좋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소년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다시 한번만 시험해보자. 진짜로 우리 두 사람이 100퍼센트의 연인이 될 운명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어디선가 다시 만날 게 틀림없어. 그리고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여전한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 어때?"
"좋아"라고 소녀가 말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그러니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말해보자면 시험해 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100퍼센트의 연인 사이였으니까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리는 이를 알아챌 방도가 전혀 없었고 상투적인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희롱하게 됩니다.
어느 해 가을, 두 사람은 몇 해전부터 유행한 악성 전염병에 걸려 몇 주간 사경을 헤맨 끝에, 옛 기억들을 깡그리 잊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들이 눈을 떴을 때 그들의 머릿속은 갓난아이의 인중을 누른 천사의 손길처럼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명하고 참을성 있는 소년, 소녀였기 때문에 몇 번의 경험 끝에 다시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정교하게 엑셀 파일을 작성할 줄 알았고 잠시간 필름이 끊기는 술자리 후의 아침에도 사소한 업무와 전세자금 대출을 동시에 더듬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55퍼센트의 연애나, 75퍼센트의 연애,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소년은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소녀는 스물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시간은 쏜 화살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11월의 어느 비 오는 밤, 소년은 퇴근 후 싸구려 프랜차이즈 커피를 마시기 위해 회사 앞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해 가고, 소녀는 퀵 서비스를 받기 위해 같은 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해 갑니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스쳐 지나갑니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