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찬우 Apr 04. 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 코멘터리

사랑에 사사로운 실패는 없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오늘 다 봤다. 

작중 초반에 등장하는 희도의 <풀하우스>처럼 뜨거운 사랑도 떨어져서 보니 유치하기만 하다.

이게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그 처음이 오늘이니까 오늘까지만 서툴겠습니다. - 초보 배달부 백이진



사랑과 시대, 일과 다툼에 처음은 항상 어렵기만 하다. 익숙해짐이 불가능한 영역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뉴비의 입장에서 변명을 일삼아야 할까.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되는데. 하루아침에 꿈을 뺏겼어. 펜싱부는 없어지고, 나는 펜싱이 계속하고 싶어서 미치겠고, 엄마는 펜싱 그만두고 공부나 하라고 하고… 코치쌤이 그러더라 내 꿈을 뺏은 건 자기가 아니라 시대래. 대체 시대가 뭔데 내 꿈을 뺏을 수 있냐는 말이야.


시대는 충분히 네 꿈 뺏을 수 있어. 꿈뿐만 아니라 돈도 뺏을 수 있고, 가족도 뺏을 수 있어. 그 세 개를 한꺼번에 다 빼앗기도 하고. 오늘 네 계획이 망한 건 내가 망쳐서가 아니야, 틀린 계획이었기 때문에 망한 거야. 다시 세워, 계획.” - 백이진, 세상 물정 모르는 나희도를 향한 충고



그렇다. 시대는 언제나 우리의 꿈을 뺏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탓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를 도무지 모르겠다. 가끔은 세상이 정말로 내 반대편에 있어 미워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그저 시대라는 좋은 핑곗거리를 찾은 건지 헷갈린다. 세상이 무슨 잘못이 있어. 전부 내 잘못이지.



“엄마가 뭔데 풀하우스를 찢어? 엄마가 저 만화책보다 나은 게 있는 줄 알아? 엄마 내 경기 보러 한 번도 안 왔지? 나 경기 지고 집에 와서 혼자 속상할 때마다 나 위로해 줬던 건 엄마가 아니라 저 만화책이었어. 근데 무슨 자격으로 저걸 찢냐고 뭐가 나아서! 엄마한테 오늘 전학 가고 싶다고 얘기하려고 내가 무슨 용기를 냈는지 모르지? 강제전학 가려고 나이트 갈 때보다 엄마랑 대화할 때 더 큰 용기가 필요하더라. 엄마는 나한테 그런 존재야. 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 아빠 돌아가신 이후로 쭉.” - 만화책을 찢은 신재경에게 화난 나희도



어떤 용기는 입 밖으로 꺼내는 것 자체를 의미한다. 외치고 싶은 말일 수록 침을 삼키게 되는 말이 트라우마를 만들고 이걸 밟고 일어섰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용기를 얻는다. 잔인한 용기의 말. 이래서 우리는 시대와 상황을 탓하게 되는 게 아닐까. 가장 간편한 해결책이니까.



대신 저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게요. 아저씨들 고통들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 어떤 순간에도 정말 어떤 순간에도 정말 행복하지 않을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백이진



절망의 구렁텅이 아래로 한없이 추락하는 사람에게 반등을 희망한다는 것은 코앞에 닥친 불투명한 미래를 더욱 배가시킬 뿐이다.





"저는 변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 믿음에는 기대가 들어있으니까요. 그렇게 되고 싶다는 기대. 근데 '중력'은 기대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력만 믿을 수 있습니다." - "모든 것이 변화하는 와중에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백이진



시대와 세상의 변화는 불가항력이다. 그러나 중력은 기대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또 다른 불가항력이다. 그래서 중력만 믿을 수 있다는 말은 아래로 당겨지는 수직적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력은 수평으로 작용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서로를 당기는 인력.



“비극을 희극으로 바꾸면 마음이 좀 나아지거든.”


···


“네 말이 맞아. 모든 비극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랬어.”


“그러니까! 멀리서 보는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심지어 니 꿈은 우주였잖아. 우주에서 보는 것처럼 살자.”


난 그냥 옆에서 볼래. 넌 옆에서 봐도 희극이거든.- 나희도와 백이진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 더 멀리 봐야만 하는 우주. 가깝더라도 미래를 응시해야 하는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조금 더 멀리 보려다 눈앞의 희극을 놓치는 비극을 맞이한다.



“넌 왜 나를 응원해? 우리 엄마도 나를 응원하지 않는데.”


기대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자꾸 욕심이 나.” - 나희도와 백이진



하지만 우리는 알면서도 기대에 기댄다. 수평으로 작용하는 인력이 아닌 수직으로 작용하는 중력에 이끌린다. 언제나 위/아래를 구분하는 사랑의 가장 본질적이며 잔인한 모습이다.



"보고 싶었어. 근데 봤어. 네가 보여줘서. 그래서 오늘은 웃었어. 동메달 축하해. 내가 전에 그랬지. 네가 해내면 나도 해내고 싶어 진다고. 이젠 내가 해낼 시간인 것 같아. 풀하우스 14권은 나왔어? 15권 나오기 전에 나타날게. 기다려 희도야." - 백이진이 나희도에게 보내는 삐삐



얼핏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또 얼핏 거리의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거리의 문제 또한 아니다. 방법의 문제다.



“넌 실력이 이렇게 비탈처럼 늘 것 같지. 아니야. 실력은 비탈이 아니라 계단처럼 늘어. 이렇게. 그리고 사람들은 보통 (계단 그림의 평평한 부분을 하나씩 가리키며) 여기, 여기, 여기에서 포기하고 싶어 지지. 이 모퉁이만 돌아 나가면 엄청난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걸 몰라. (계단 그림의 평평한 부분을 더 길게 이어 그리며) 여기가, 영원할 것 같아서.” - 딸 김민채를 격려하는 나희도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으나 우리가 참을성이 부족한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금방 솟아오를 계단 앞에서 우리는 한 단씩 다른 계단을 쌓아 올린다. 하필이면 한 발자국 앞에서. 여기가 마지막 발판이란 걸 모른 채. 그저 나만 견디고 있다는 착각 때문에. 이기적이고 겁 많은 사람들.





“칼 잡아. 내가 전에 가르쳐줬지. 프레, 알레 하면 동시에 때리는 거야. 프레, 알레. ...공격 안 하고 뭐해. 다시. 프레, 알레. 누가 빨랐어.”


“너.”


“다시. 프레, 알레. 누가 빨랐어.”


“(턱짓으로 나희도를 가리킨다)”


“다시. 프레, 알레. ...이번엔.”


“......나.”


알겠어? 선수들은 모를 수가 없어. 동시에 불이 들어와도 누가 빨랐는지 모를 수가 없다고. 고유림보다 내가 빨랐어. 내가 느꼈어.- 백이진에게 자신이 경기장에서 느꼈던 걸 알려주는 나희도



이번에는 속도의 문제. 감정의 격렬한 충돌 끝에 순서를 따지는 사람들. 내 말의 끝이 네 심장에 먼저 닿았어. "그럼 누가 이긴 거야?" 애초에 질문이 틀렸다. "내가 진거야?"가 맞다.



나는 요즘 너 때문에 진짜 미치도록 복잡해! 나 너 질투해. 아니! 나 너 좋아해. 근데 너한테 열등감도 느껴. 넌 이게 무슨 소리 같아? 모르겠지. 나도 하나도 모르겠어. 근데 그 와중에 고백이라고 한 게 너를 가져야겠다니. 돌았나 봐. 진짜 죽고 싶어. 머리가 뒤집어질 것처럼 하얗다고! 나는.. 난 확실한 게 좋은데 모든 게 불투명 해. 너만 생각하면. 그래서 요즘.. 네가 진짜 싫어. ··· 왜 웃어? 나는 고민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왜 웃는데!”


“그래. 열심히 고민해라~ 난 고민 끝났어. 해 본 적도 없지만.” - 백이진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 나희도



네가 모르는 네 상황을 내가 어떻게 알아. 난 내 상황만 알아.



“엄마, 몰랐는데, 마음으로 갚아지는 빚이 있더라.” - 고유림



나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사람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도 결국 같은 '사람'.



“넌 항상 나를 좋은 곳으로 이끄는 재주가 있네. (그게 무슨 말이야?) 너라서 달려갔어. (오늘?) 아니. 아시안 게임 때. 심판 인터뷰 따러 공항까지. 생각해 봤는데, 네가 아니었으면 안 갔을 것 같아. 근데 네가 아니었어도 갔어야 했어. 기자니까. 넌 결국, 기자로서 내가 옳은 일을 하게 했어. 넌 항상 날 옳은 곳으로, 좋은 곳으로 이끌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우리 관계의 정의야. 이름은, 무지개. ···맞다, 넌 무지개 아니라고 했잖아. 너 아직 대답 안 했어. 무지개 아니고 뭔지.”


···사랑. 사랑이야. 난 널 사랑하고 있어, 나희도. 무지개는, 필요 없어- 나희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백이진



우리 사이에 정의가 필요 없는 이유. 말해 뭐해. 구름이든 무지개든 물컵이든 나는 너를 사랑해. 그거면 충분하다. 이 말을 건네기 위해 이토록 많은 길을 빙빙 돌아왔다니.




실패가 아니라 그냥 시련이에요, 아빠. 남들보다 너무 행복했던 대가요. 누렸던 행복에 비해 이 정도 시련은 시시해요.- 아빠와 통화하는 백이진



내 시련의 이유가 실패일 거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나는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너무 많은 행복을 누리고 살아 질투를 받았을 뿐. 그래서 얻은 시련일 뿐, 애초에 나는 모든 것에서 틀린 적이 없었다. 틀릴 것도 없었다. 시대는 그냥 그렇게 나를 시련으로 몰았다.



“나 왜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지?”


“영원할 건가 보다.”


...영원하자.- 바닷가에서 대화하는 나희도와 백이진



중력 때문에 착각했다. 영원은 없는데. 우리는 서로를 속고 속인다.



불꽃놀이나 봐. 인생은 길고, 불꽃놀이는 짧으니까.- 나희도를 돌려세우는 백이진



사랑은 불꽃놀이. 내 인생의 빛나는 모습을 만들어주는 사랑은 여운은 길어도 수명이 짧다.



너 정말, 아직 열세 살이야? 너 크면, 다 크면 얘기하고 싶었어. 나, 나 사실 네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희도야. 너무 그리워, 희도야.- 흐느끼며 나희도에게 말하는 신재경



한 뼘도 자라지 않은 어떤 사랑은 짧은 수명 긴 여운의 사랑마저 방해한다.



“네 인생에서 1년을 버릴 만큼 이 문제가 너한텐 중요한 문제니? ··· 휘어지는 법도 알아야 돼, 승완아. 부러지는 법만으론 세상 못 살아.


알아. 근데 아직 그게 잘 안 돼. 미안해. 미안해, 엄마.- 엄마에게 자퇴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지승완



어떤 신념은 휘어질 바엔 부러지는 게 낫다.



“멸망을 믿는 거야, 안 믿는 거야?”


뭐든, 지금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


열아홉에 시작한 키스가 스물에 끝났다.


해가 달라지고 세기가 달라졌다.


나도 무언가 달라지고 싶었나 보다. - 세기말 나희도와 백이진



이번에도 시대는 아무렇지 않게 변했다. 나는 그에 맞춰 달라지고 싶다.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중력에서 시작되었으나 중력은 아니니까.





“이런 사랑은 안 된다고 말하지 마. 네가 나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그랬지?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랑은 관계없는 일이라고. 나도 마찬가지야. 내 사랑은 이래. 하지 말라고 하지 마.


“그 말 하려고 왔어?”


보고 싶어서 왔어.- 백이진을 기다린 나희도



이제야 우리가 더 솔직해졌어. 나는 너를 이래라저래라 할 생각 없어. 너도 그러지 않아야 하고. 그냥 내가 지금 네가 보고 싶었던 거야. 물컵도 무지개도 아닌 사랑이니까.



“잃을까 봐 두려워. 괜히 고백했나 봐.”


“원래 고백은 도박이지. 다 잃거나 다 가지거나.”


근데 가지는 것도 결국엔 잃게 되는 거 아닌가? 영원한 건 없잖아.


“영원한 게 없으니까. 잃으면 뭐, 아프고 힘들겠지? 그렇지만 가져 봤잖아. 그게 중요한 거지.- 나희도와 고유림



빼앗은 게 아니란 말이지? 그럼 가져봤다는 말은 너무나 선한 마음이야. 영원한 게 없다는 말은 백번 지당한 말이지만 고백은 도박이 아니야. 전부 잃거나 전부 가지거나. 결국 같은 말인데 이게 어떻게 도박이야. 이건 중력이야.



“동네에 수상한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순찰 한 번만 돌아주시겠어요?” - 나희도를 위해 경찰에게 전화하는 백이진



가장 수상한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 입을 닫아버리는 나.



"불가근 불가원. 기자로서 실패했습니다."


"실패했으면 수습해. 수습할 만큼 사사로운 실패이길 바란다. 이진아." - 국장과 백이진



'수습해야 하는 사사로운 실패'는 사랑과 절대 치환될 수 없는 말이다. 사랑에 실패가 어디 있어. 이건 그저 시련이라니까. 우리가 너무 행복했기에 겪어야 하는 불가항력.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진짜 멋있다, 고유림.”


고마워. 안 된단 말 말고, 걱정 말고, 나 대견하다고, 멋있는 결정이라고, 그 말이 진짜 듣고 싶었는데. 네가 해 줬다.- 문지웅과 고유림



당신의 결정은 곧 당신의 열정. 그리고 그 열정에 기름을 붓는 나. 남들과 다른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는 입 밖으로 간신히 꺼낸 용기만큼 위대하다.



“꼭 이랬어야 됐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림이잖아. 남의 비극 가지고 장사하는 것도, 사람 봐 가면서 할 수 없어?”


내가 하는 일이 그런 거구나. 남의 비극 팔아서 장사하는 거.


“나 아시안 게임 금메달 땄을 때, 내 비극이 얼마나 잘 팔렸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 그거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 옆에서 다 봤어. 그럼, 적어도 유림이한텐 안 그럴 수 없었어?”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되는데. 다른 선수였으면 바로 보도할 내용을, 유림이니까 덮고 갔어야 되나? 유림이랑 친하니까?”


“적어도 제일 먼저는 아니었어야지.”


그럼 두 번째로 할 걸 그랬네. 그건 좀 나아? 너 나랑 계속 만날 수 있겠어? 혹시 또 모르잖아. 내가 네 비극 이용해서 장사할 지도. ...진짜 그런 일 생길까 봐 그래, 희도야.



네 옆에서 끊임없는 희극을 관람하고 싶었는데. 내가 너의 비극이었구나. 순서는 분명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이해는 항상 첫 손에 꼽혀야 한다.



“지웅아, 나 네 앞에선 진짜 솔직한 거 같아. 누가 괜찮냐고 물었을 때, 안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그러니까 내 마음, 솔직하게 말해도 돼?... 우리 아무것도 약속하지 말자. 계속 좋아할 거라고,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멀리 있어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 약속, 하지 말자. 언제 한국에 올지, 올 순 있을지, 그래서 언제 다시 널 볼 수 있을지. 나 약속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다른 사람 좋아지면 다른 사람 만나도 돼. 기약 없이 네 마음 묶어 두는 거, 너무 이기적이잖아. 안 하고 싶어.”


“뭐가 이기적이라는 건데. 이게 제일 이기적이야, 지금.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지니까? 그래, 그럴 수 있겠지. 근데 이미 멀어질 준비를 하고 있네, 넌. 난 멀어지지 않을 준비 하고 있었어. 너 귀화한단 얘기 듣자마자 아르바이트 구했어. '돈 모으면 1년에 세 번은 갈 수 있겠지?', '하나 더 구하면 네 번까지 되려나?' 나 그 생각하고 있었어. 근데 뭐? 약속하지 말자고?”


“날 위해 살지 마. 널 위해 살아. 날 위해 사는 거, 우리 가족 하나로 나 충분히 벅차. ··· 내 불행이 너한테 옮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웅아. - 다투는 고유림과 문지웅



난 정말 괜찮다니까.




“새해에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커플 요금제!"


"커플 요금제?"


"응, 그거 가입하면 커플끼리는 통화하는 거 공짜래! 우리 통화 많이 하잖아." - 새해를 맞이하는 나희도와 백이진



서로를 묶으며 약속하지 말자는 연인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가 되려는 연인들.



"지금 이 순간부터, 우정이고 연민이고 그런 생각 다 지우고, 선수 대 선수로 고유림하고 싸우는 거다. 니는 고유림을 상대로 항상 이겼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니보다 고유림을 잘 아는 선수는 없다. 알겠나."


"네 쌤, 걱정하지 마세요. 쌤은 지는 선수를 뽑지 않았어요."


"자, 나희도. 이기러 가라." - 나희도와 양찬미



본인을 믿지 못해 남을 믿던 사람이 본인을 믿게 되었을 때, 가장 강력한 힘이 분출된다.



"그러니까, 그게 괜찮냐고 묻는 거야. 기다리고 어긋나고 실망하는 거. 한 사람은 계속 미안하고 한 사람은 계속 체념하는 그런 관계가 넌 정말 괜찮냐고."


"어, 괜찮아.- 나희도와 신재경



당연히 괜찮지 않다. 하지만 사랑의 중력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작용해왔다. 여기에는 두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도 잘못이 없다. 내가 섭섭하게 했다고? 내가 너무 바빴다고? 알잖아.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걸.



'더 이상, 나의 응원이 닿지 않는다.'

'백이진은 나한테 또 미안하겠구나. 난 이제 네가 그만 미안했으면 좋겠다.' - 나희도 독백



왜 또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꾸역꾸역. 사랑은 왜 매번 같은 결말을 맞이해야 하는가.




"다치치마. 선수 보호. 거기까지가 딱 좋았던 것 같다. 떨어져도 마음이 닿았어."

"갖고 싶어 졌지. 근데 갖고 나니 문제가 생기네." - 터널 앞에서 나희도



결국 중력은 또 우리 사이를 그르친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당겼다. 당기길래 다가갔는데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야 만다. 결국 이번에도 가까이서 보는 건 비극이었네. 사랑은 언제나 멀리서 봐야만 아름다운 일인 걸까. 닿지 않는 응원도 우리의 거리가 만든 건데.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해.



"다 아는 얼굴들, 그 뒤에 다 아는 사정들. 이기는 게 옛날만큼 즐겁지가 않아요." - 양찬미에게 은퇴를 이야기하는 나희도



늙는다는 것. 치열하게 사랑하고 뺏고 빼앗기는 젊음 앞에 수그러드는 세월의 야속함. 영원은 결국 없었고 사랑에도 명백한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내 말이 맞지? 결국 그놈이 그놈이고 그년이 그년이야.



'지나고 보면 모든 게 연습이었던 날들.'

'완전한 행복이 뭔지 알게 됐어.'


'오늘은 너 먼저 가.'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해피엔딩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깻잎 한 장 못 떼주는 속 좁은 녀석들은 연애하지 마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