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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우 Apr 13. 2022

[4 ONLY] 훑어듣기

역시 사랑이 최고야~!!!

작년 한 해 정말 좋은 R&B 앨범들이 쏟아졌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 등장한 이하이의 [4 ONLY]는 개인적인 감상 안에서 최고점을 주고 싶은 앨범이다. 난 이하이 특유의 툭 건드리면 어딘가 와장창 깨질듯한 그 아슬아슬한 음색과 가사가 너무 좋다! 아래는 오늘 전체적으로 훑어 들을 [4 ONLY]의 앨범 소개 및 트랙리스트.




사랑은 두렵다.


그럼에도 날 사랑해주는 사람. 'For(4) ONLY' 오직 너만을 위해 겁 많은 내가 보물처럼 숨겨둔 내 안의 다양한 감정의 구슬을 꺼내 보여주고 싶었다. 두려워도 이상하리만치 용기가 나는 게 사랑이 아닐까?


구슬 속 세상은 혼란스럽다.


여러 가지 색이 질서 없이 뒤섞여 있다.


마치 사랑을 하는 우리의 감정 상태처럼.


이하이의 [4 ONLY] 속 화자는 트랙별로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 각각의 곡 안에서조차 감정 변화가 잦게 일어난다. 우리는 [4 ONLY]라는 앨범에서 이하이가 담고자 한 사랑의 순수함, 애절함, 즐거움, 슬픔, 설렘, 분노, 아쉬움, 흥분, 절박함 등 모든 감정 표현을 우리만의 '구슬'에 담기로 한다.


[CREDITS]


01 구원자 (Feat. B.I)

02 그대의 의도

03 물타기

04 Bye

05 빨간 립스틱 (Feat. 윤미래) *TITLE

06 머리어깨무릎발 (Feat. 원슈타인)

07 안전지대

08 어려워

09 Darling

10 ONLY




01 구원자


<구원자>와 <ONLY>가 이 앨범의 선공개 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1번 트랙과 마지막 트랙이 선공개라니. 너무 의미 심장하다. 앨범의 소개처럼 '사랑'이라는 대전제 아래 질서 없는(복잡한) 순서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트랙은 교묘하게 혹은 억지로 퍼즐을 짜 맞출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https://www.youtube.com/watch?v=fDB4CkyrR4U


자, 영화 <아가씨>를 시작으로 수많은 대중문화에 인용된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에 대한 이야기. 1번 트랙 <구원자>다. 참고로 박찬욱 감독이 처음 이 대사를 마주했을 때 대본에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세주'라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가만히 그 문장을 응시하다 구세주를 구원자로 바꾸는 거장의 센스! 역시나 가슴 깊이 박히는 문장은 적절한 단어 선택에서 시작한다.



쓸데없이 날 살고 싶게 해

절망 없는 사랑 있을까

넌 날 어디로 데려가려나

정말 너는 언제까지라도

내 옆에 있어줄 수 있을까

나의 구원자

하늘이 내려주셨나

너를 안고 슬픈 꿈을 꾸었다

너를 본 순간 말없이 알 수 있었다

내 인생을 망칠 구원자란 걸



"쓸데없이 날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 때문에 '절망'을 느낀다. 우리가 겪은 수많은 사랑을 굳이 일일이 대입해보지 않아도 피부로 체감하는 가사다. 당신은 "준 적도 없는 내 마음의 조각"을 가지고 있으며 "날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당신은 내게 '절망 없는 사랑은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사랑이 만드는 역설. 크! 이 맛에 이하이 음악을 듣는다.


나는 당신을 본 순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당신은 내게 절망을 주는 구원자라는 걸. 언제까지 내 옆에 있을지 몰라 끌어안고 자도 슬픈 꿈을 꾸게 하는 사람을 '구원자'라고 부른다. 이 얼마나 찬란하고 잔인한 사랑인가.



혀에 녹지 않을 단어들을 꺼내

예쁘게 포장하고 서로의 세상에 건네

모를 리 없잖아 어차피 사랑은 변해

차라리 영원을 믿는 쪽이 마음은 편해

휩쓸렸다 내려간 그곳에 소리는 어떤 표정 지을까

과거는 희미하고 미래는 미지하잖아

그냥 달이 뜨면 둘만의 궁전으로 떠날까



구원이든 절망이든 사랑의 말은 혀에 녹지 않는다. 100% 진심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진심을 담아 영원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사랑도 어차피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세상에 "예쁘게 포장한 단어들'을 건네는 '구원자'가 된다.



10 ONLY


필자가 이하이의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고 자주 들은 트랙이다. 좋은 음악은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데 이 트랙의 경우 내가 첫 청취에 그린 심상을 뮤직비디오에 그대로 담았다.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그림. 서글프지만 어딘가 활기차고 그리 가라앉아있진 않으나 왠지 모르게 쓸쓸한 무대 위의 남과 여.


https://www.youtube.com/watch?v=KmOVNVZEP9o


걸어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기분 좋아 꼭 둘이서 추는 춤 같아



이 보다 사랑의 행복을 더 잘 표현하는 가사가 있을까. 우리가 함께 걸어가는 길, 발걸음마다 맞추는 호흡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각자의 스텝이 하나가 되었을 때 만들어지는 춤. 이 가사를 이하이의 목소리로 들을 때마다 마음속이 어딘가가 설레고 간질간질 눈물이 난다.



My only one 그대를 보면

기대고 싶어 가지고 싶어

이 사랑이라면 어설픈 꿈도 이뤄질 것 같은데

Now I believe



<구원자>가 관계의 파괴적인 모습조차 사랑이라고 정의한다면 <ONLY>는 사랑의 완전한 합치를 이야기한다. 당신과 나 단 둘이라면 이 어설픈 꿈도 이뤄질 것만 같은 완전한 헌신. 그래서 마지막 트랙에 배치된 <ONLY>는 아티스트의 의도가 어찌 됐든 해피엔딩처럼 느껴진다. '역시 사랑은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07 안전지대


그렇다면 이 사랑의 파괴와 완전한 합치의 중간에는 무엇이 있는가. <안전지대>가 있다. 그렇다면 안전지대는 무엇인가? 우리가 서로를 완전하게 알 수는 없다고 인정할 줄 아는 포용의 영역이다.



설렘이 무뎌지면 끝이라 쉽게 생각해

문득 말없이도 너의 맘이 보이네

나태함은 관계의 끝을 말하지만

익숙함은 완전한 사랑의 시작



어떻게 이런 명료한 가사를 쓸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연인은 흐릿하거나 명확한 갑을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니 한쪽에서는 "설렘이 무뎌지면 끝"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말없이도 당신의 마음이 보이는 것"만 같다. 그렇게 "나태함은 관계의 끝을 뜻한다"라고 말하며 이별을 선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완전한 사랑이란 이 익숙함에서 시작한다. 필자는 이를 <소중함에 속아 익숙함을 잃지 말자>에서 자세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는 부분이라 매우 크게 공감했다.



너의 그 사랑에 안전지대가 어딨어

너의 그 마음에 안전지대가 어딨어?

멍해진 표정 둔해진 심장

좋단 말하면 돌아서 달라

이런데 어떻게 널 믿겠어



이 가사로 추측컨대 이하이는 불안정형 인간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 가사를 쓸 당시 회피형 인간을 만나고 있었을지도. 앞서 나는 <안전지대>는 모름을 인정할 수 있는 영역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이 모두 그렇듯 그걸 알면서도 행하지 못한다. 그러니 너의 마음에, 사랑에 존재하는 안전지대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한다. 내가 다가가면 너는 돌아가 달라고 말하니, 그런 너를 내가 어떻게 믿겠어!



내게 믿음을 줘

너에게 내가 좀 더 깊이 갈 수 있게

영원한 건 없겠지만 믿어볼게

늘 아름답지는 않대도 기다릴게

영원한 것보다도 더 아름답게

이번이 마지막처럼 전부 걸게



세상에! 이런 가사를 쓰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1번 트랙 <구원자>에서는 사랑에 영원한 건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안전지대>에서도 그 논지는 여전하나 믿음이 추가된다. "영원한 건 없지만 나는 그 영원함보다 더 아름답게,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너에게 모든 걸 걸게. 와우! 이 보다 더 숭고한 사랑이 있을까? 영원이 없음을 인정하지만 그 보다 넓은 마음을 약속하는 사랑이라니.




05 빨간립스틱


빨간 립스틱보다 더 짙은 사랑의 외적, 외설적 상징이 있을까. 난 아직도 입술을 바탕으로 이성의 성향을 파악해내려고 애쓴다.


Let me blow your mind

지루한 사람들 속 넌 마치 Friday night

So take my hand 내 맘을 흔들어봐

빨간 립스틱

진하게 바르고

So dance dance dance keep on

Dance dance dance people 


https://www.youtube.com/watch?v=GLlP-CNlY9I



06 머리어깨무릎발


나는 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당연히 그 처음은 외적인 모습이다. 당신은 내가 원하는 걸 머리부터 발까지 모두 가진 사람. 사랑의 정신적인 부분에만 기대는 사람들은 죄다 멍청이다. 때때로 에로스는 그 어떤 사랑의 형태보다 강렬하게 우리를 정복한다.



사랑, 원래 이기주의

높일게 우리 사이 수위

네 주위에 이만한 여자 봤어?

I got what you need

내 머리 어깨 무릎 발

그만큼 사랑해 줘



섹스어필만큼 사랑의 시선을 확실하게 끌 수 있는 수단이 또 있을까? 그렇다. 사랑은 원래 이기주의고 내가 당신을 확실하게 낚아채려면 어느 타이밍에는 반드시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w9hZfgC2d8



그거 받고 난 내가 사랑한다면

너의 다른 부분들까지 안고 살아갈 수 있다고


죽도록 사랑하냐는 질문을 했지

끄덕이며 대답하는 나를 향해 Breathe

혹시 She ain't going home when she post to be



그렇다면 이 신체적 접촉 이후에 우리는 무엇을 가질 수 있는가. 당연하게도 뒤따라 붙는 무형의 감정들이다. 당신의 머리 어깨 무릎 발을 내가 소유하고 난 뒤에는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은 내가 안고 가야 하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걸 '책임'이라고 부르길 했어요. 그러니 당신은 묻습니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나요?" 그럼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하겠죠. 뒤따라 붙는 'She ain't going home when she post to be' 또한 오마리온의 곡 <Post To Be>의 가사를 재미나게 오마주한 부분이다. 집에 가지 말고 나랑 있어요 그대.




02 그대의 의도


하지만 사랑은 한 끗 차이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가 플러팅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너무 어려워

어려우면 일찌감치 포기해

그대의 의도

생각의 미로

마음의 피로

읽히지 않는 지도

왜 남자들은 어린 여자를

가르치려고 애를 쓰는지

그 옷은 이상해 넌 이게 어울려



여기서 이하이는 본인이 가진 매력을 십 분 발휘했다. "왜 남자들은 어린 여자들을 가르치려 드나요?" 나쁜 의도가 아닌 것은 알고 있으나 "뜨뜻미지근하고 흐느적거리며" 애매하게 간을 보는 그대의 의도를 이제는 올바르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내 마음의 피로도 적으니까.


03 물타기


의도를 정확하게 드러내지 않는 사랑은 그렇게 가스 라이팅이 된다. 감정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 내가 잘못된 것인 양 물타기 하는 당신. 찌질하게 간 보고 그런 거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말라니깐.



어느새 진실은 흐릿해져 가는

물타기에 흘러가네

말이면 말이면 말이면 단 줄 알아

걸리면 걸리면 걸리면 발뺌하고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말란 식으로

가리면 가리면 가리면 되는 줄 알아

이제나저제나 언제나 철들 거야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마



04 Bye


<그대의 의도>를 정확히 드러내지 않고 <물타기>만 한 당신, 이젠 진짜 안녕! 비록 과정과 결과가 별로였지만 이 또한 분명하게 사랑이었음을 이야기할 줄 아는 대범함.



이 말부터 하고 시작할게

너에 대한 것 이만 손 놓을래

따라다니는 그 여자애들 중에는

널 꼭 닮은 애로 만나길 빌게


비교하는 건 아닌데

그다지 별 볼 일 없네

이제 와 끝내버린 게

나에게 행운 같아

놔 그냥 날


네 곁에만 있기에

내가 아까운 것 같아


서로 갈 길 가면 돼

처음부터 남인데 왜?




08 어려워


사랑은 매번 너무 어렵다. 내 마음이, 당신의 마음이 어떤지 모르니까. 우리가 완전한 하나처럼 보인다는 사람들은 틀렸다. 나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당신을 모른다. 그래서 어렵다.



너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어렵더라

멈추는 방법이 뭐야

너희 집 비밀번호 뭐야

둘 중 어떤 게 좋아

네 맘은 뭐야 내게 말해봐

둘 중 어떤 게 좋아

내 맘은 같아



당신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당신에 대한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그 생각을 멈추려면 당신의 안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는데 나는 그 비밀번호를 모른다. 내 맘은 '둘 중' 언제나 같다. 그 둘이 뭐냐고? 너도 알잖아! 모른다고? 이래서 어렵다니깐.



비슷한 듯 다른 건

따듯한 커피와 차가운 커피

사소함에서 느낀 너무 다른 온도차

달라도 너무 달라 마치 흑과 백

너와 난 물과 기름 같아



따뜻한 커피와 차가운 커피의 차이는 아주 사소한 온도차다. 하지만 우리가 같은 커피라는 걸 모르니까. 우리가 마치 다른 속성의 사람인 것처럼만 느껴진다. 사실 우리는 온도만 다른 것일 수도 있는데. 당신과 나는 흑과 백, 물과 기름처럼 느껴진다. 섞이지 않는 걸 섞으려다 되려 일을 망칠까 봐 두렵다.



어려워 (I don't know what is the Love)

네 맘은 어려워 (I don't know what is the Love)

두려워 (I don't know this is real one)

내가 다 망칠까 봐 (But I know it's sweetest taste)

아 어젯밤 나의 꿈속에

내 이름을 불러주던 너

아마 난 아주 오랫동안 널



하지만 나는 당신을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해왔어.


09 Darling


그래서 난 널 이렇게 부르고 싶어.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심장이 이렇게 서두르는 게

곁에 네가 있어도 난 앞만 보게 돼

아무 사이도 아닌 우린데

왜 이렇게 신경 쓰이는 건데

부르고 싶어 널 Darling you


상처받은 너의 빈자릴 채우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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